술 취한 20대 남성에게 폭행당한 후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A씨가 20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 자신의 집 앞에서 폐지 정리를 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9시 45분께 울산 울주군 언양읍 한 길가에서 폐지를 줍던 70대 노인이 술에 취한 20대 남성에게 폭행당하는 것을 보고 울산기술공고 학생들이 노인을 보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2018.11.20/뉴스1 © News1
5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살해한 ‘거제 살인사건’에 이어 울산에서도 폐지를 정리하던 70대 노인이 폭행당한 사건이 발생해 ‘묻지마식 음주폭행’에 대한 강력 처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9시 45분께 울산 울주군 언양읍 한 길가에서 술에 취한 A씨(25)가 폐지를 정리하던 B씨(77·여)를 폭행해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이날 늦은 밤 손수레를 끌고 폐지 정리를 마친 B씨는 불과 5m 앞 자신의 집 골목 안에서 5분여간 일방적으로 A씨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A씨의 폭행이 진행되는 동안 이를 목격한 울산기술공고 학생들이 남성을 저지하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 학생들은 노인이 폭행당하는 것을 보고 A씨를 제지했을 때 이 남성이 “경찰에 신고하라”며 욕설과 함께 너무나도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에 대해 인적사항 등의 확인을 거친 뒤 돌려보내려 하자 이 남성은 재차 노인에게 접근해 격분한 감정을 쏟아냈다.
스마트폰으로 영상 촬영을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찍지 말라”며 화를 낸 반면, 학생들은 “집에 가시면 삭제해드릴게요”라고 차분히 대응했다.
이에 대한 사건과 관련해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울산 울주군에서 20대 청년이 술에 취해 폐지를 정리하던 80대 할머니를 무차별 구타했다”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됐다.
청원자는 사건 발생 현장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피해 노인의 둘째 아들인 C씨로 “재범 가능성이 큰 음주 폭행에 대한 처벌과 대책을 강화해달라”며 청원글을 올리게 됐다.
C씨는 20일 뉴스1과 만난 자리에서 “사건 발생 후 병원에서 몸을 뉘이려 했지만 추운 관계로 집까지 다시 모셔왔다”며 “그날 이후부터 어머니가 어지럼증이 나고 뒷목이 상당히 불편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바로 (19일)어제까지 경찰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어 청원글을 올리게 됐다”며 “어머니가 폭행당하는 영상을 보면서 세상이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 그날 이후부터 전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C씨는 “이번 사건과 같이 같은 상황이 주어지면 또 반복되기 마련”이라며 “특히 음주로 인한 사건 등에 관해서는 엄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을 폭행한 가해 남성인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지만 사건 발생 이후 단 한 차례도 노인을 찾아 사과하지 않았다.
사건 현장 인근 시장에서 신발가게를 하고 있는 최경호씨(72)는 “노인이 돈을 벌려고 파지를 주운 게 아니라 자식들에게 미안해 손 빌리지 않으려 한 일”며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이 그런 일을 당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울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