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서균은 올 시즌 전반기 마운드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팀의 가을야구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후반기에 부진하며 포스트시즌 엔트리 탈락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서균은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에서 새 무기 장착에 공을 들이며 내년 시즌을 향해 뛰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서균(26)은 2018시즌 한화가 정규시즌 3위(77승67패)를 차지하며 11년 만의 가을잔치에 참가하는데 큰 힘을 보탠 투수다. 특히 한화가 2위(31승23패)를 달리던 5월까지는 개막 후 24경기 연속 무자책점 행진을 이어가는 등 28경기에서 1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1.08(16.2이닝 2자책점)의 성적을 거뒀다. ‘센세이션’이라는 평가가 딱 맞았다. 당시 서균의 투구를 지켜본 한 해설위원은 “무사 만루에서 마무리투수로 나서도 되겠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한화 한용덕 감독도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느냐”고 했을 정도다.
그러나 6월부터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평균자책점 3.62(27.1이닝 11자책점)로 전반기(41경기)를 마무리했지만, 후반기 15게임에선 평균자책점이 11.70(10이닝 13자책점)에 달했다. 후반기 부진의 여파는 컸다. 한화의 포스트시즌(PS) 진출에 큰 힘을 보탰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가을야구 엔트리에 진입하지 못했다.
● “PS 엔트리 탈락, 스스로 관리 못 한 탓”
아쉬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부터 마무리캠프까지 쉴 틈 없는 비 시즌을 보내고 있다. 웨이트트레이닝과 러닝 등 체력 운동에도 진지하게 임한다. 20일 캠프지인 미야자키 기요타케운동공원 내 소켄구장에서 만난 서균은 “내가 스스로 관리를 못 했기 때문에 PS 엔트리에 못 들어간 것이다”며 “초반에는 힘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던졌는데, 중반부터 힘이 떨어졌다. 그만큼 웨이트트레이닝에도 소홀했다. 2019시즌에 잘하기 위해선 기초체력을 더 키워야 한다”고 돌아봤다.
한화 서균. 스포츠동아DB
● ‘다카쓰표 싱커’로 부활 선언
전화위복이 된 것일까. 서균은 교육리그 기간에 일본프로야구(NPB)와 메이저리그(MLB), 대만프로야구(CPBL), KBO리그까지 4대 프로리그를 모두 경험한 다카쓰 신고(50) 야쿠르트 2군 감독을 만났다. 다카쓰는 미·일 통산 313세이브(NPB 286세이브·MLB 27세이브)를 기록한 전설적인 마무리투수다. 2008년에는 KBO리그 히어로즈에서 18경기 1승 8세이브, 평균자책점 0.86(21이닝 2자책점)의 성적을 거뒀다. 다카쓰는 서균과 같은 사이드암 유형의 우투수인데, 주무기는 우타자의 몸쪽으로 휘는 싱커였다.
서균도 우타자의 몸쪽으로 휘는 투심패스트볼(투심)을 던진다. 그런데 싱커는 투심과 견줘 가라앉는 속도가 더 빨라 타자의 땅볼을 유도하기에 안성맞춤인 구종이다. 서균도 “투심을 던지기 때문에 싱커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지다 보니 투심이 직구 궤적과 비슷해지고 많이 맞게 되더라”라고 돌아봤다.
서균은 다카쓰 감독을 처음 만난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처음에 통역을 담당하는 형이 ‘다카쓰 감독 계신다’고 알려줬다. 그래서 ‘싱커를 배우고 싶다고 전해달라’고 하고 기다렸다. 때마침 다카쓰 감독이 왔는데, 형이 잠시 자리를 비워서 손짓 발짓 다 해가며 싱커를 가르쳐달라고 했다. 마침 형이 돌아왔고, 다카쓰 감독이 싱커 그립과 던지는 방법, 감각 등을 알려주셨다. 지금도 꾸준히 던지고 있는데, 잘 맞는 것 같다.”
한화 송진우 코치. 스포츠동아DB
● 든든한 조력자, 송진우 투수코치
한화 송진우 투수코치도 서균에게 싱커 장착을 제안했다. 다카쓰 감독의 현역 시절 투구 영상을 서균에게 처음 보여준 게 송 코치였다. “히어로즈 마무리투수였을 때 다카쓰 감독을 처음 봤다. 사실 송 코치님께서 시즌 막바지에 다카쓰 감독이 싱커를 던지는 영상을 보여주며 ‘한 번 배워보라’고 했는데, 교육리그에서 만날 수 있었다. 송 코치님도 내가 던지는 모습을 보고 ‘회전은 좋다’, ‘좋아지고 있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 이번 캠프의 첫 번째 목표도 싱커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불펜피칭 때 60구를 던지면, 그중 40~50개는 싱커를 구사하며 감각을 익히고 있다.”
● 체력과의 싸움이 관건
두 번째 목표는 체력 향상이다. 연투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체력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다. 2018시즌이 ‘용두사미’로 끝났던 아쉬움을 씻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PS 엔트리 탈락도 큰 자극제가 됐다. 그는 “올해 처음 풀타임을 뛰어봤다. 기술, 정신력, 체력관리에 대한 부분을 정말 많이 배웠다”며 “초반에 성적이 괜찮았지만, 결국 가을잔치에 나가지 못해서 자극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덧붙여 “올해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해야 한다. 내년에 무조건 싱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하고, 마음가짐도 더 단단히 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