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M&A통해 사업다각화… 최근엔 주력업종 대형사에 베팅
인프라-R&D역량 한번에 확보, “덩치보다 사업간 시너지 극대화”
CJ그룹이 최근 초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장기적인 글로벌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경쟁력 있는 해외 우수 기업에 통 크게 투자하는 방식으로 우수 자원과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CJ그룹은 과거 M&A를 통해 물류, 유통, 미디어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데 집중하는 전략을 썼다. 1995년 드림웍스와의 합작에 이어 CJ엔터테인먼트는 1997년 엠넷, 2009년 온미디어를 인수하면서 미디어 부문 통합 법인으로 성장했다. 2011년에는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국내 1위 물류사업자로 부상했다. 최근 들어 이 기조는 주력 사업을 중심으로 대형 업체에 베팅하는 ‘선택과 집중’으로 다소 달라졌다. 물류, 식품 등의 부문에서 이미 해외 경쟁력이 검증된 업체를 선별적으로 인수함으로써 글로벌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5일 미국 대형 냉동식품회사 스완스를 18억4000만 달러(약 2조 원)에 인수한 것은 글로벌 M&A 전략의 정점으로 꼽힌다. 국내 1위 식품 기업인 CJ제일제당은 스완스를 인수함으로써 현지 식품 제조, 유통 인프라, 연구개발(R&D) 역량 등을 단번에 확보했다.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가정간편식(HRM) 사업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의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됐다. 그룹 차원에서는 식품 사업뿐 아니라 북미에서 진행되는 문화, 물류 사업과의 마케팅, 영업·유통망 확대 같은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CJ그룹 계열사들의 글로벌 M&A는 그룹 전체 사업 구조를 바이오, 식품, 물류 등 핵심 사업 위주로 재편하는 큰 그림 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CJ제일제당은 2017년 11월 기존 4개 사업 부문을 바이오와 식품으로 통폐합했다. 올해 4월 CJ헬스케어를 1조3000억 원에 한국콜마에 매각함으로써 비(非)핵심 부문인 제약사업에서 철수했다. 당시 확보한 매각 자금은 이번 스완스 인수에 활용됐다. 필요하다면 덩치가 아무리 크더라도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매각하고, 핵심 사업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업체인 중국 하이더(2016년)와 브라질 셀렉타, 러시아 냉동식품업체 라비올리(2017년), 독일 냉동식품업체 마인프로스트(2018년) 등 최근 3년간 10여 건의 M&A를 진행해 왔다.
CJ대한통운 역시 중국 스피덱스와 말레이시아 센추리로지스틱스(2016년), 인도 다슬, UAE 이브라콤, 베트남 제마뎁(2017년)을 연이어 인수했다. 올해 8월에는 미국 DSC로지스틱스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아시아를 넘어 미주까지 발을 넓혔다.
CJ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M&A는 단순히 그룹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하기보다 사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사업 구조 재편의 일환”이라며 “글로벌 생활문화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대형 M&A와 투자를 앞으로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