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직원들과 주간회의를 하고, 가끔씩 회식을 하니 나는 상사로서 제대로 시간을 내어주고 있는 것일까? 직원을 위해 시간을 제대로 내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는 자신과 밀접하게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일대일로 대화하는 시간을 얼마나 내는가이다. 일대일 대화에서 상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화를 조언으로 착각하지 말자. 팀원에게 조언을 하기 이전에 질문을 하고 듣는 시간을 갖자. 프로젝트를 마쳤을 때, 상사는 부하 직원에게 그 경험으로부터 배운 것은 무엇인지, 프로젝트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 향후에 유사한 프로젝트를 다시 한다면 무엇을 다르게 시도하고 싶은지, 나에게 필요한 도움은 무엇인지에 대해 물을 수 있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 직원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새로운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특정 경험에 대한 짧은 대화는 1시간 동안 일반적인 강연을 듣거나 책을 읽는 것보다 그 직원에게는 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 또한, 상사는 그 직원에 대해 그리고 그를 도와주는 상사로서 자신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대화가 15분이든 30분이든 상사는 철저하게 상대방에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휴대전화를 보고, 이메일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에 그 시간만큼은 집중한다. 이때 직원이 질문을 하거나 조언을 요청하기 전에는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가능하면 참는 것이 좋다. 대화의 목적이 직원이 나의 질문을 통해 스스로 생각해보고 자신의 언어로 정리해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직원이 조언을 요청할 때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이때에는 직원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전달하는 것이 좋다. 그때 피드백이 긍정적인 칭찬이든, 아니면 개선할 점에 대한 것이든 그 직원에 대해 관찰한 객관적 행동과 그것이 가져오는 영향에 대해 분리해서 말하는 것이 좋다. 즉, 피드백을 할 때 “김 대리는 안 좋은 습관이 있는 것 같다”라고 처음부터 판단으로 제시하는 것보다는 “김 대리, 이번 프로젝트 관련 회의를 지난 한 달 동안 세 차례 해오면서 의견을 한 번도 제시하지 않던데 상사나 다른 참여자들에게 다소 수동적인 인상을 줄 것 같다”와 같이 피드백을 하는 것이 낫다. 처음부터 판단으로 피드백을 하게 되면 상대방은 더욱 방어적이 된다.
바쁜데 이런 시간을 언제 가질 수 있을까? 우선 내가 상사로서 직원들과 하는 회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과연 그 회의들이 꼭 필요한 것일까? 주간회의는 꼭 필요할까? 주간회의를 격주로 진행하거나 한 달에 한 주는 회의 대신 직원들과 일대일 대화를 하면 어떨까? 이런 대화를 한다면서 저녁에 직원에게 식사하자는 것은 오히려 직원을 쉬지 못하게 하고 괴롭히는 행동이 될 수 있다. 업무 시간 중 20분 정도의 티타임이 딱 좋다. 줄여야 할 것은 회의이고 늘려야 할 것은 대화이다. 올해도 이제 한 달여 남았다. 올 한 해 동안 내가 담당하는 직원들은 어떤 점을 배웠고 성장했는지 티타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