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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20분 티타임 기꺼이 내줘야 ‘진짜 리더’

입력 | 2018-11-21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리더는 부하 직원들이 원할 때 시간을 내어주는 사람이다. 훌륭한 리더십 관련 서적인 ‘파이프라인’(램 차란, 스테픈 드로터, 짐 노엘 지음·한근태 옮김)에 나오는 말이다. 리더는 무엇 때문에 시간을 내어주어야 할까. 누군가의 상사가 된다는 말은 자신이 맡은 직원의 직업적 삶을 개선시킬 의무를 갖는다는 의미이다. 그가 조직에서 맡은 임무를 더 제대로 수행할 수 있고, 직업적인 고민에 대해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으며, 장기적 커리어를 잘 개발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뜻이다.

직원들과 주간회의를 하고, 가끔씩 회식을 하니 나는 상사로서 제대로 시간을 내어주고 있는 것일까? 직원을 위해 시간을 제대로 내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는 자신과 밀접하게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일대일로 대화하는 시간을 얼마나 내는가이다. 일대일 대화에서 상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화를 조언으로 착각하지 말자. 팀원에게 조언을 하기 이전에 질문을 하고 듣는 시간을 갖자. 프로젝트를 마쳤을 때, 상사는 부하 직원에게 그 경험으로부터 배운 것은 무엇인지, 프로젝트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 향후에 유사한 프로젝트를 다시 한다면 무엇을 다르게 시도하고 싶은지, 나에게 필요한 도움은 무엇인지에 대해 물을 수 있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 직원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새로운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특정 경험에 대한 짧은 대화는 1시간 동안 일반적인 강연을 듣거나 책을 읽는 것보다 그 직원에게는 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 또한, 상사는 그 직원에 대해 그리고 그를 도와주는 상사로서 자신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대화가 15분이든 30분이든 상사는 철저하게 상대방에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휴대전화를 보고, 이메일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에 그 시간만큼은 집중한다. 이때 직원이 질문을 하거나 조언을 요청하기 전에는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가능하면 참는 것이 좋다. 대화의 목적이 직원이 나의 질문을 통해 스스로 생각해보고 자신의 언어로 정리해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직원이 조언을 요청할 때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이때에는 직원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전달하는 것이 좋다. 그때 피드백이 긍정적인 칭찬이든, 아니면 개선할 점에 대한 것이든 그 직원에 대해 관찰한 객관적 행동과 그것이 가져오는 영향에 대해 분리해서 말하는 것이 좋다. 즉, 피드백을 할 때 “김 대리는 안 좋은 습관이 있는 것 같다”라고 처음부터 판단으로 제시하는 것보다는 “김 대리, 이번 프로젝트 관련 회의를 지난 한 달 동안 세 차례 해오면서 의견을 한 번도 제시하지 않던데 상사나 다른 참여자들에게 다소 수동적인 인상을 줄 것 같다”와 같이 피드백을 하는 것이 낫다. 처음부터 판단으로 피드백을 하게 되면 상대방은 더욱 방어적이 된다.

이때 “다음 번 미팅 때 말을 더 해보라”고 이야기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다음 회의 때 김 대리가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와 같이 직원이 상사의 피드백에 대한 해결책을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하고,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물어볼 수 있다. 이러한 일대일 대화는 업무에 대한 논의라기보다는 직원의 성장을 위한 대화라는 점을 잊지 말자. 프로젝트에 대한 대화가 아니라 그 경험을 통해 직원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바쁜데 이런 시간을 언제 가질 수 있을까? 우선 내가 상사로서 직원들과 하는 회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과연 그 회의들이 꼭 필요한 것일까? 주간회의는 꼭 필요할까? 주간회의를 격주로 진행하거나 한 달에 한 주는 회의 대신 직원들과 일대일 대화를 하면 어떨까? 이런 대화를 한다면서 저녁에 직원에게 식사하자는 것은 오히려 직원을 쉬지 못하게 하고 괴롭히는 행동이 될 수 있다. 업무 시간 중 20분 정도의 티타임이 딱 좋다. 줄여야 할 것은 회의이고 늘려야 할 것은 대화이다. 올해도 이제 한 달여 남았다. 올 한 해 동안 내가 담당하는 직원들은 어떤 점을 배웠고 성장했는지 티타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