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성 인천대 총장
최근 국가경쟁력 평가에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는 국가보다 도시를 판단 요소로 보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이 아시아본부를 만들 때 일본과 한국, 중국 등 국가를 선택지로 두기보다 도쿄와 서울, 홍콩, 싱가포르 등 도시를 기준으로 사무실 위치를 결정한다. 같은 나라에서도 도시마다 경쟁력이 크게 달라 여러 도시를 하나의 국가로 합치면 경쟁력을 제대로 측정하기가 어렵다. 중국 베이징, 상하이와 지방 도시의 경제력 차이는 현저하다. 다양한 중국의 도시들을 국가경쟁력 하나로 평가할 수는 없다.
최근 중국 난징에서 열린 세계도시경쟁력 포럼에 다녀왔다. 2008년에 시작한 이 포럼에서 중국 사회과학원은 전 세계 주요 도시 800개의 경쟁력을 ‘세계도시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적 경쟁력과 지속적 경쟁력 등 2가지 항목에 대해 순위를 매겨 발표한다. 경제적 경쟁력은 과거에 해당되는 경제 실적을 평가하고 지속적 경쟁력은 미래를 전망하는 성장 잠재력을 측정한다. 한 도시에 있는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경제적 경쟁력이 올라가고 공장을 증설하면 지속적 경쟁력이 향상된다.
이 포럼에서 두 가지 키워드를 찾았다. 첫째는 ‘정체성’으로 싱가포르와 홍콩처럼 높은 경쟁력을 가지려면 ‘국가의 역할을 하는 도시’가 돼야 한다. 국가와 도시가 공동으로 맡던 경제와 사회,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앞으로는 도시가 더 많이 책임져야 한다. 과거 국가 위주로 이뤄지던 정치와 국제화, 치안 등의 역할도 도시가 맡아야 한다. 이 논리는 국가경쟁력보다 도시경쟁력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
둘째는 ‘혁신’으로 경제적 경쟁력과 지속적 경쟁력의 일치가 필요하다. 경제적 경쟁력은 높지만 지속적 경쟁력이 낮은 도시는 앞으로 전망이 어두운 도시다. 침체를 벗어나려면 혁신이 필요하다. 반대로 경제적 경쟁력이 낮고 지속적 경쟁력이 높은 도시는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국 도시들도 국가경쟁력의 부침과 관계없이 독자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인천이 100대 도시에 포함되려면 위성도시가 아니라 미래를 스스로 기획하는 경제 생태계를 갖춘 도시가 돼야 한다. 한국에서도 정체성과 혁신을 갖춘,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도시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조동성 인천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