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 요즘 따라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너,
네 것인 듯 네 것 아닌 네 것 같은 나
→ [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니꺼인 듯 니꺼 아닌 니꺼 같은 나]
네 것인 듯 네 것 아닌 네 것 같은 나
→ [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니꺼인 듯 니꺼 아닌 니꺼 같은 나]
젊은 세대일수록 이 둘의 구분을 어려워하는 경향이 심하다. ‘서류의 결재(決裁)’와 ‘대금의 결제(決濟)’ 같은 단어를 잘못 표기하는 일도 자주 생긴다. 그런데 ‘ㅔ’, ‘ㅐ’의 구분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기만 한가? 쉬운 예로 확인해보자.
● 새(新) : 세(三) ● 내(吾) : 네(四)
‘세, 네’를 ‘시(×), 니(×)’로 발음하는 일은 없다. 적는 일은 더더욱 없다. 이런 쉬운 예들만 그런 것도 아니다. 실제로 혼동되지 않는 ‘ㅔ’, ‘ㅐ’를 가진 단어가 훨씬 더 많다.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발음 구분이 어려운데도 ‘ㅔ’, ‘ㅐ’ 구분이 생각보다 쉬운 이유는 무엇일까? 둘째, 앞서 본 예에서는 ‘네’가 ‘니’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머릿속에는 ‘머릿속사전’이 있다 했다. 우리의 머릿속사전에는 ‘세, 새, 네, 내’가 들었다. ‘머릿속사전’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한국어를 모어로 하는 사람들은 이들을 그렇게 인식한다. 머릿속에서부터 이 모음들을 구분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 방언에서도 모든 ‘ㅔ’가 ‘ㅣ’가 되는 것은 아니다. 소수의 몇몇 단어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표준어의 기준이 되는 서울 방언에는 생기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서울지역에서조차 유독 ‘네’가 [니]로 발음되는 일이 잦고 간혹 표기에 반영되기도 하는 이유는 뭘까? 쉽게 생각해 보자. 앞선 대중가요의 가사를 보자. 하나의 문장 안에 빈번히 ‘네’와 ‘내’가 등장한다. 같은 맥락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 둘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보다 분명한 발음 차이가 필요하다. 그래야 의미 전달이 더 분명해진다. 이것이 우리가 때로 ‘네’를 [니]라 발음하는 이유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의 머릿속에 이 단어는 언제나 ‘네’라는 사실이다. 맥락 안에서 의미 전달을 위해 [니]라 발음한다고 할지라도 ‘네’라고 적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