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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보프’ 있었다면… 만취대학생 공유車 빌려 몰다 6명 사상

입력 | 2018-11-21 03:00:00


20일 오전 1시 15분경 충남 홍성군 소향삼거리에서 만취한 대학생이 몰던 렌터카가 신호등 및 폐쇄회로(CC)TV 기둥을 들이받아 소방대원과 경찰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홍성소방서 제공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 3명이 음주운전으로 목숨을 잃었다. ‘윤창호 씨’ 사건 이후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죽음의 질주’는 멈추지 않고 있다.

○ 취중에 빌린 차로 다시 음주운전

20일 오전 충남 홍성군 홍성읍 소향리 소향삼거리. 곳곳에 떨어진 유리 파편과 범퍼 조각, 깨진 휴대전화 등이 사고 당시의 참혹함을 보여줬다. 차량은 종잇조각처럼 구겨졌고 현장에는 탑승자들의 외투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거위털이 풀풀 날렸다. 사고 지점의 야외화분이 송두리째 뽑혀 나갔고, 가로 화단은 경계석에서 10m 떨어진 구간까지 훼손됐다.

사고는 이날 오전 1시 15분경 발생했다. 홍성 H대 호텔조리학과 2학년 A 씨(22)가 몰던 티볼리 차량은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진행하려다 중심을 잃고 오른쪽으로 치우치면서 교통섬 가장자리에 설치된 신호등 및 폐쇄회로(CC)TV 기둥을 들이받았다. A 씨는 면허취소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101% 상태였고, 차량에는 정원(5명)을 초과한 6명이 타고 있었다.

충돌의 충격으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B 씨(23)와 뒷좌석에 타고 있던 3명이 차량 밖으로 튕겨나갔고, 이들 중 3명이 숨졌다. 나머지 3명은 중경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이들은 같은 학과 학생으로 이날 오후 7시 반경 홍성읍 학계리 학교 인근 자취방에서 술을 마시다 오후 11시경 카셰어링 서비스로 차를 빌렸다. 이어 홍성-예산의 경계지점인 내포신도시로 술을 마시러 나갔다 귀가하는 길이었다.

경찰은 CCTV 분석 결과 이 차량이 너무 빠른 속도로 달리다 사고 지점에서 제어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는 스키드 마크(급브레이크에 의해 생긴 타이어 자국)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과정에서 파손된 것으로 보이는 블랙박스를 복원해야 과속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번 사고에서도 안전벨트가 생사를 가른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벨트를 맨 데다 에어백이 터져 경상에 그쳤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벨트를 착용했지만 사고로 풀린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벨트를 하지 않은 건지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고 전했다.

○ “카셰어링 서비스 문제 없나”

이번 사고로 카셰어링 서비스에 대한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서비스는 회원가입을 하면 휴대전화 앱을 통해 돈을 지불하고 스마트키를 전송받아 차량을 바로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사람을 만나지 않기 때문에 만취 상태에서도 차량을 빌릴 수 있다. 청소년들이 부모의 개인정보와 신용카드를 이용해 몰래 인증을 받는 경우도 있다. H대와 인근 C대 주변에는 항상 5, 6대의 카셰어링 렌터카가 대기 중이어서 학생들이 자주 이용한다. A 씨는 경찰에서 “전에도 이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뒷좌석에 타고 있다 목숨을 잃은 C 씨의 친척은 “C 씨는 호텔에 취직해 셰프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며 “만취한 애들이 차를 빌리는데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관계자는 “카셰어링 서비스도 본인 인증과 운전면허 확인 등 절차를 거쳐 회원가입을 받지만 휴대전화로 렌트를 하기 때문에 고객의 상태를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이 서비스의 안전대책에 법률적, 제도적 문제점은 없는지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민들은 소향삼거리에 사고가 잦아 회전교차로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향삼거리에서는 지난해 5건, 올해 7건의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성=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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