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 비전펀드, 20억 달러 투자… 쿠팡, 물류-결제 신사업 총알 확보 손정의 “쿠팡, 세계서 가장 혁신적”… 독특한 사업 모델 높이 평가한듯 “사실상 경영권 넘어갔다” 분석도 이커머스 시장 ‘쩐의 전쟁’ 본격화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왼쪽)과 김범석 쿠팡 대표가 최근 일본 도쿄에 있는 소프트뱅크 그룹 본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쿠팡은 20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의 투자를 받게 됐다고 밝혔다. 쿠팡 제공
2015년 6월 손 회장이 쿠팡에 10억 달러를 투자한 이후 3년 만에 당시의 갑절로 투자가 다시 이뤄지게 된 것이다. 투자 규모는 국내 인터넷 기업 가운데 최대다. 2조 원에 가까운 누적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 쿠팡은 2조 원이 넘는 투자금을 수혈 받아 물류 및 배송 인프라에 투자할 실탄을 확보하게 됐다.
○ 손정의, 쿠팡에 대대적인 투자 왜?
쿠팡 관계자는 “로켓배송이라는 배송 시스템과 물류 인프라를 통해 의미 있는 실적을 이뤄낸 쿠팡의 독특한 사업 모델을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손 회장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쿠팡의 김범석 대표가 보여준 비전과 리더십은 쿠팡을 한국 e커머스 시장의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쿠팡의 기업가치를 90억 달러(약 10조1700억 원)로 평가했다.
현재 쿠팡의 지분은 미국 법인인 쿠팡LLC가 100% 소유하고 있고, 쿠팡LLC의 대주주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다. 기존 지분에다 이번 2조 원까지 보태면 쿠팡의 경영권이 사실상 비전펀드로 넘어간 게 아니냐는 추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쿠팡 측은 “펀드 측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으며 김범석 대표가 실제 경영을 하고, 경영권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 치열해지는 국내 e커머스 시장
카카오는 다음 달부터 e커머스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카카오커머스를 분사하고, 네이버도 모바일 앱 개편을 통해 쇼핑 섹션을 전면에 배치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e커머스 시장이 발전하려면 기술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며 “가격 할인과 투자 유치 경쟁으로 치닫게 된다면 자칫 치킨게임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