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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적자 쿠팡에 2조원 더 쏟아부었다

입력 | 2018-11-22 03:00:00

SB 비전펀드, 20억 달러 투자… 쿠팡, 물류-결제 신사업 총알 확보
손정의 “쿠팡, 세계서 가장 혁신적”… 독특한 사업 모델 높이 평가한듯
“사실상 경영권 넘어갔다” 분석도
이커머스 시장 ‘쩐의 전쟁’ 본격화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왼쪽)과 김범석 쿠팡 대표가 최근 일본 도쿄에 있는 소프트뱅크 그룹 본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쿠팡은 20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의 투자를 받게 됐다고 밝혔다. 쿠팡 제공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이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2500억 원)를 추가로 투자받는다.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손잡고 조성한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투자펀드인 비전펀드를 통해서다.

2015년 6월 손 회장이 쿠팡에 10억 달러를 투자한 이후 3년 만에 당시의 갑절로 투자가 다시 이뤄지게 된 것이다. 투자 규모는 국내 인터넷 기업 가운데 최대다. 2조 원에 가까운 누적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 쿠팡은 2조 원이 넘는 투자금을 수혈 받아 물류 및 배송 인프라에 투자할 실탄을 확보하게 됐다.

○ 손정의, 쿠팡에 대대적인 투자 왜?

쿠팡이 20일 손 회장으로부터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는 그 배경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쿠팡은 최근 몇 년간 매출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지만 동시에 막대한 영업적자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 2조6846억 원의 2배 가까운 5조 원으로 추정된다. 그 사이 직간접 고용 인원도 많아져 2015년 5500명에서 이달 기준 2만4000명으로 늘었다. 최근 수년간 영업적자가 이어지며 누적 영업손실만 1조9000억 원에 달한다. 쿠팡의 상징인 ‘로켓배송’을 둘러싸고 쿠팡맨의 처우 논란과 배송 지연 등 각종 잡음도 끊이질 않는다.

쿠팡 관계자는 “로켓배송이라는 배송 시스템과 물류 인프라를 통해 의미 있는 실적을 이뤄낸 쿠팡의 독특한 사업 모델을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손 회장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쿠팡의 김범석 대표가 보여준 비전과 리더십은 쿠팡을 한국 e커머스 시장의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쿠팡의 기업가치를 90억 달러(약 10조1700억 원)로 평가했다.

현재 쿠팡의 지분은 미국 법인인 쿠팡LLC가 100% 소유하고 있고, 쿠팡LLC의 대주주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다. 기존 지분에다 이번 2조 원까지 보태면 쿠팡의 경영권이 사실상 비전펀드로 넘어간 게 아니냐는 추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쿠팡 측은 “펀드 측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으며 김범석 대표가 실제 경영을 하고, 경영권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 치열해지는 국내 e커머스 시장

앞으로 쿠팡은 물류, 배송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결제 플랫폼 분야 등 신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소프트뱅크와의 파트너십에 힘입어 데이터와 물류, 결제 플랫폼을 혁신할 것이며 고객이 점점 더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생각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최근에 로켓와우클럽(멤버십 서비스), 로켓프레시(신선신품 새벽 배송), 쿠팡이츠(식음료 사전주문 서비스) 등 신규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한편 국내 e커머스 시장은 유통 대기업, 전자상거래 기업, 플랫폼 기업이 앞다퉈 뛰어들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롯데는 5년간 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며 신세계는 지난달 말 해외 투자운용사로부터 1조 원의 투자 유치를 확정했다.

카카오는 다음 달부터 e커머스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카카오커머스를 분사하고, 네이버도 모바일 앱 개편을 통해 쇼핑 섹션을 전면에 배치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e커머스 시장이 발전하려면 기술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며 “가격 할인과 투자 유치 경쟁으로 치닫게 된다면 자칫 치킨게임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