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삼성전자가 15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연 ‘삼성 미래기술 포럼’ 패널 토론 현장. 상하이쑤이위안(上海燧原)과학기술유한공사 자오리둥(趙立東) 최고경영자(CEO)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이 처한 어려움을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자오리둥의 걱정에도 아랑곳없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19일 AI, 로봇공학 등 첨단 기술 14개 항목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예고했다. 중국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AI 반도체 굴기(굴起)를 막기 위해 휘두른 칼임이 분명했다. 중국도 가만있지 않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초 “AI 핵심 기술을 선점, 장악하라”는 주문을 쏟아냈다.
자오리둥도 “컴퓨터 첨단 반도체는 하루아침에 따라잡지 못하지만 AI는 (미국과) 출발선 사이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5년 전 중국에서 AI 반도체를 얘기하는 건 완전히 허황된 얘기로 들렸지만 지금은 정부의 지지, 자본 시장의 열광적인 성원, 국제적 기술과의 연결 등으로 발전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중국총괄 최철 부사장은 이날 포럼 시작 전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해 “우리가 경쟁력이 월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생산 계획에 대해서도 “1등 하는 기업(삼성전자)은 시장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시장을 만들어낸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다음 날인 16일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메모리반도체 시장 독점 행위에 대한 “대량의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며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이 한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겠다는 발톱을 드러낸 것이다. 미국의 첨단산업 기술 억제에 사력을 다해 맞서려는 중국은 반도체 산업에서도 한국을 뛰어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들 것이다.
지쉬는 “현재 미중 무역마찰은 삼성에 더욱 큰 기회”라고 말하기도 했다. 토론 사회를 맡은 삼성반도체 중국 화베이(華北)지역 어우양지(歐陽基) 부대표는 자오리둥의 무역전쟁 걱정에 “걱정 말라. 삼성이 있다”며 농담을 건넸다.
하지만 포럼에 참석한 첨단기술 중국 기업들과 중국 정부는 “반도체에서 삼성을 제쳤다. 이제 삼성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말할 날도 하루빨리 오기를 고대하고 있는 듯했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