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청년 작가들]<18>유튜브하는 시인 문보영
“문학이 불확실성만을 준다 해도 빠져나갈 수가 없다. 병(病)이라면 병일 것”이라는 문보영 시인은 “문학병 홍보대사를 자처한다”며 웃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보영아, 낙엽 떨어진다. 시 써’, 친구들이 이래요(웃음). 시인이 꼭 그런 사람은 아니란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2일 만난 문 씨는 시인의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는 이 동영상이 독자와 문학의 거리를 좁히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시인이라곤 김소월 한용운 같은 교과서 문인들밖엔 몰랐던 그는 대학에서 문예창작 수업을 듣고 시에 빠졌다.
등단에 두 번째 도전해 시인이 됐지만 친구들은 문 씨의 등단작을 ‘구리다’고 했다. 그 자신도 ‘시를 쓴다’고 생각할 때면 ‘엉뚱한 발랄함이 맥을 못 추는 걸 느꼈다’. 누가 봐도 시처럼 보이는 건 문예지에 보냈지만, 시의 꼴 같진 않지만 혼자서 시라고 믿고 싶은 건 ‘딕싯’이라고 이름 붙인 컴퓨터 파일에 저장했다(‘딕싯’은 그림카드로 이야기를 만드는 보드게임 이름이기도 하다). 그 파일에 작품 50여 편이 쌓였을 때 김수영문학상 공고 소식을 들었고, 작품을 보냈다. 등단 뒤 최단기간에 김수영문학상을 받은 시인이 됐고, 지난해 말 수상 시집이자 첫 시집인 ‘책기둥’을 펴냈다.
자신의 세대가 앞선 작가들과 다른 지점을 묻자 “삶을 아는 것과 문학을 아는 것을 구분하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제가 술을 잘 못 마셔요. 등단 후 자주 들은 얘기 중 하나가 ‘술 안 마시는데 어떻게 시를 써?’였어요.”
그가 보기에 새로운 세기의 시인은 술을 잘 마시는 것과 시를 잘 쓰는 것이 무관하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다. 문 씨는 소설가 J D 샐린저의 청춘을 다룬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를 보다 “진정한 작가는 보상 없이도 글을 써야 한다”는 대사를 듣고 울었다고 했다.
그의 ‘엉뚱한 발랄함’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왜 시를 쓰느냐는 질문에 그는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몰라서 쓴다”고 답했다.
“바나나에 대해서 내가 아는 걸 빼면 시가 되고, 사랑에 대해 아는 걸 빼면 시가 돼요. 시는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를 읽는 사람들도 함께 생각해 보도록.”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