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PC방 살인
PC방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김성수가 21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성수는 이날 “동생도 잘못한 부분에 벌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성수(29)가 21일 포토라인에서 보인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김성수는 이날 범행 당시 상황과 범행 동기를 자세히 밝히는 과정에서 거칠게 숨을 내쉬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일각에선 범행 당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이 아니라는 정신감정 결과를 받은 김성수가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최종적으로 형을 감경받기 위해 일종의 ‘연기’를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오히려 이날 언론 인터뷰로 김성수의 심신미약 인정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전혀 다른 분석이 나왔다.
손수호 변호사(법무법인 현재 강남분사무소)는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김성수에게 심신 미약 판정이 내려지기 어려울 것 같다. 기자들 앞에서 한 이야기 때문에라도 심신미약 인정 가능성은 사라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발음이나 어휘 선택, 태도나 이런 것들은 굉장히 이상해 보였겠지만 내용만 뜯어보면 오히려 당시의 일들을 다 잘 기억한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당시에 본인의 어떤 여러 가지 판단에 의해서 범행에 이르렀다는 점. 왜 그렇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본인이 기억을 하고 설명을 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심신 미약 인정 가능성은 오히려 더 훨씬 더 적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와는 달리 자신의 범행 동기 등에 대해 또렷한 음성으로 차분하고 논리정연하게 설명했지만 심신미약으로 감경을 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 2016년 5월 서울 강남역의 한 공용화장실에서 일면식 없는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이른바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의 범인 김모 씨(36)다.
당시 검찰은 “김 씨의 범행이 토막살인 못지않은 잔혹성을 띤다”고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1심과 2심은 범행의 중대성 등을 인정하면서도 “김 씨가 범행 당시 피해망상 등 정신 질환으로 심신미약 상태였던 점이 인정된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이에 김 씨와 변호인은 “범행 당시 조현병에 의한 망상에 지배돼 사물의 선악과 시비를 구별할 만한 판단능력이 결여된 상태(심신상실)였다”며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여러 사정을 비춰봤을 때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을 뿐 이를 넘어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는 “그래서 결국 대법원까지 이 심신미약 인정이 확정이 됐다“며 ”심신미약으로 감경됐지만 계획적 살인이고 수법이 잔혹했기 때문에 징역 30년형이 확정됐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두 사례를 들며 “제도에는 죄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신 장애인에 대한 현행 형법 규정이 근대 형법의 핵심 정신을 표현하고 있는 거다. 규정과 제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며 “다만 이 제도를 운용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지 않나. 일단 음주에 대해서 최대한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일단 심신미약 감경 규정을 없애는 게 타당하지 않다면 취지를 살려야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