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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인의 業]〈11〉봉변, 즐기느냐 당하느냐

입력 | 2018-11-23 03:00:00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봉변(逢變)’이란 단어가 있다. 이 단어의 한자어는 ‘만날 봉(逢)’과 ‘변할 변(變)’, 즉 ‘변화를 만나다’는 의미다. 우리 조상들에게 변화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두려운 일이었으면 봉변이 이처럼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되었을까.

변화를 적극 받아들이는 쪽도 있다. 그중 하나가 유대인이다. 유대 종교와 철학의 핵심이랄 수 있는 ‘티쿤 올람(Tikkun olam)’ 사상이 이를 잘 보여준다. ‘(삶의 목적은) 세상을 개선하는 것’이란 뜻의 티쿤올람은 영어로 ‘to improve(=to repair) the world’로 표현한다.

유대학자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신은 세상을 창조했지만 미완성의 상태로 놔두었고, 그런 세상을 완성시키는 임무를 인간들에게 부여했다”고. 따라서 인간의 존재 이유는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신이 남겨둔 창조 작업을 계속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예를 들어,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낫게 하는 것은 신의 과업을 잇는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실제 유대 사회에서 의사는 종교지도자인 랍비에 버금갈 만큼 존경받는다. 생명 위협 없는 수혈을 가능케 한 혈액형 구분법, 제2차 세계대전 중 700만 명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평가되는 페니실린이나 소아마비 백신, 인슐린 등 의학 분야의 많은 업적들이 유대인 손으로 성취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디지털 혁명도 핵심에 유대인들이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상징적인 회사들이다. 창업자들이 모두 유대인인 이들 회사의 사훈이나 경영철학을 보면 ‘티쿤 올람’ 사상이 깊게 배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우리의 임무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세계의 정보를 조직화하여 전 인류가 공짜로 사용토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디지털 유토피아를 꿈꾸는 구글의 사훈 ‘Don‘t be evil(사악해지지 말자)’은 바로 그런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도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다”며 “결국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닫힌 세상을 활짝 열어젖히고 흩어진 세상을 하나로 연결해야 한다”고 페이스북의 존재 이유를 설명한다.

유대인들은 어릴 때부터 세상을 개선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교육을 받는다. 확실한 진로 직업교육이다. 거창한 목표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 그중에서도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진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올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년도 계획 짜기에 들어갈 시간이다. 내년부터는 변화를 즐겨볼까 아니면 그냥 봉변을 당할 것인가.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