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여 무소속 등 더하면 ‘찬성 155’
민주평화당이 22일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법관의 국회 탄핵소추 추진에 찬성하기로 하면서 헌정 사상 첫 법관 탄핵소추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평화당, 정의당의 의석수에 친여 성향 무소속 의원 수를 더하면 탄핵소추 의결에 필요한 국회 재적 의원 과반(150석)이 되기 때문. 범여권의 탄핵공조가 성공한다면 고위 법관들이 줄줄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게 된다. 이날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계가 청구된 이규진 홍승면 이민걸 심준보 판사 등의 명단이 공개되기도 했다. 법사위 관계자는 “여권에서 거론되는 권순일 대법관(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까지 포함돼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평화당 “선거제 개편 전제, 탄핵 찬성”
하지만 이 수치가 그대로 현실화될지는 알 수 없다. 무엇보다 평화당이 탄핵소추 찬성의 전제조건으로 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선거제도 개편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선 사법농단 법관들에 대한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 다수였다”면서도 “사법농단 문제는 언제든 논의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자신들이 주장해 온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이 이뤄져야만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탄핵 추진과 선거제도 개편을 연계하는 문제에 대한 평화당 내부 분위기는 강경하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의석수 감소를 이유로 최근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이야기가 나온 점도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평화당 의총에서 유성엽 의원은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민주당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해 이해찬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성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 한국당-바른미래 불안한 공조도 변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표면적으로는 각 당 지도부가 연일 탄핵 추진의 문제점을 거론하는 등 ‘탄핵 반대’ 스크럼을 짜고 있다. 전날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가) 사법 권력의 밑동마저 장악을 시도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하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데다 구체적인 탄핵 근거와 사유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장단을 맞추는 식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뿌리 깊은 불신도 양당 공조의 잠재적인 불안 요인이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바른미래당은 (사법농단 사건) 특별재판부 논란 때는 민주당에 붙어 2중대 역할을 하다가 ‘고용세습’ 이슈에선 한국당에 달라붙는 등 언제 변할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평화당이 선거제도 개편을 조건으로 내건 것은 두 당의 탄핵반대 공조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른미래당은 평화당과 마찬가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원하고 있는 반면 한국당은 부정적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한국당을 향해 “현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살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우열 dnsp@donga.com·박효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