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맡았던 ‘3인방’이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을 받게 됨에 따라 남은 수사의 전개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본격적으로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향해 칼끝을 겨눌 전망이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고영한(63·사법연수원 11기) 전 대법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이 소환됨으로써 사법농단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처장직을 맡았던 대법관들 모두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이들 모두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혐의를 받고 있다.
차 전 대법관은 지난 2013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 참석해 정부 인사들과 함께 재판 처리 방향을 두고 논의한 이른바 ‘소인수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그는 그 자리에서 소멸시효 문제를 두고 “왜 이런 이야기를 2012년 대법원 판결 때 안 했느냐. 브레이크를 걸어 줬어야지”라고 말하는 등 재판 개입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차 전 대법관이 청와대의 ‘입맛’에 맞는 태도를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는 지난 7일 비공개 소환 조사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부인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 전 대법관의 후임인 박병대(61·12기) 전 대법관은 사법농단 의혹에 있어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인물로 평가된다. 상고법원 추진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에 처장직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는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2년간 처장으로 근무했다.
박 전 대법관 역시 차 전 대법관에 이어 지난 2014년 소인수회의에 참석해 강제징용 재판 지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옛 통합진보당 의원지위 확인 행정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등 사법농단 의혹 중 핵심적인 혐의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공개 소환된 지난 19일 첫 조사에 이어 20일과 22일 잇따라 이뤄진 비공개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또는 ‘실무부서에서 알아서 처리한 것’이라는 등 혐의를 사실상 전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승태 사법부 법원행정처 처장 3명 중 가장 마지막으로 소환된 고 전 대법관은 이날 지난 2016년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사건을 은폐하고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 명의 전직 법원행정처 처장 조사가 끝나는 대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도 곧 진행될 전망이다. 실무진과 최고책임자 사이에서 중간 고리 역할을 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그리고 처장들의 조사가 이뤄진다면 다음 순서는 당연히 최고 윗선이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검찰 또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직접 조사 없이 진실 규명은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가시화돼 내달 초엔 양 전 대법원장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