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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사적 연금 통합관리할 컨트롤타워 필요”

입력 | 2018-11-24 03:00:00

[세계는 지금 연금 개혁중]<5·끝>국내 전문가들 제언




22일 열린 ‘동아 모닝포럼’에서 연금 전문가들은 한국 연금제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왼쪽부터 홍백의 서울대 교수, 우해봉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정창률 단국대 교수,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곽희경 고용노동부 과장, 강성호 보험연구원 실장.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노후소득 보장 체계와 관련한 제도만 놓고 보면 형식적으로는 우리나라나 선진국이나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실질적 측면에서는 광범위한 사각지대, 재정 불안, 낮은 급여 수준 등 개혁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강 실장은 이날 주제발표에서 한국 연금 시스템의 문제점을 이같이 진단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기초연금(0층)에서부터 비연금 자산인 주택·농지연금(5층)까지 다층 구조를 갖춰는 놓았지만 각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40%로 낮아지게 설계돼 있다. 40년 이상 가입했을 때 생애 평균 소득의 40% 정도를 연금으로 받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입 기간이 평균 23년밖에 되지 않아 실제 소득대체율은 더 낮다는 게 강 실장의 설명이다. 올해 1월을 기준으로 국민연금 수급자의 평균 소득대체율은 17%였다. 쉽게 말해 급여 수준이 너무 낮다는 뜻이다.

사적연금도 노후생활 안전판으로 기대기엔 신통찮다. 가입률은 2016년 기준으로 퇴직연금은 50%, 개인연금은 13%에 불과하다. 운용 수익률도 낮다. 게다가 퇴직연금을 일시불로 받아 가는 사례가 너무 많다. 퇴직연금이 노후생활 안전판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모든 연금을 통합해 관리한다면 그나마 시스템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가, 퇴직연금은 고용노동부가 관리한다. 이에 강 실장은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연계하고 관리할 컨트롤타워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최근 국민연금 재정 추계 결과 적립금이 2057년 고갈될 것으로 추정됐다. 종전의 추계보다 고갈 시점이 3년 앞당겨지면서 재정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와 관련해 정 교수는 “복합적으로 미래의 전체 그림을 염두에 두지 않고 단순하게 소득대체율이나 보험료를 조정해 개혁을 이루려는 식의 논의는 무의미하다”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국민연금의 개혁 방향을 잡으려면 기초연금과의 관계부터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30만 원의 기초연금을 주면 소득대체율이 15%포인트 인상되는 효과가 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모두 받을 경우 소득대체율은 55%(40%+15%)가 된다. 이 정도의 소득대체율이라면 유럽 선진국 못지않다. 하지만 고령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경우 10∼20년 후에는 기초연금 재정 압박이 더 커진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개혁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정 교수는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보험료를 인상해 재정을 안정시키자는 방안에 대해서 정 교수는 반대했다. 정 교수는 “건강보험은 보험료를 내는 소득 상한선이 없다. 그런데 왜 국민연금은 상한선을 두는 것이냐”라며 연금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 기준 상한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재정을 확충하고, 그래도 문제가 생긴다면 보험료를 인상하자는 것이다.

최근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정 교수는 이와 관련해선 “정치권의 입김에 좌우되는 개혁은 옳지 않다. 전문가들의 심층적 논의를 거쳐 설계해야 한다.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10년 이상 개혁이 중단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성급하게 국민연금 제도의 결함만 보려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 제도가 아직 국내에서 완전히 성숙하지 않았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사적연금보다 공적연금 개혁에 더 몰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에서 공적연금 혜택을 축소하는 것은 노인빈곤율을 많이 낮췄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도 노인빈곤율을 더 낮추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상훈 corekim@donga.com·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