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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e설] ‘액티브 시니어’의 상징? 고령화 시대의 산물? 성인용 기저귀 시대

입력 | 2018-11-24 10:00:00


 2007년 2월,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조종사였던 여성 우주비행사 리사 노워크 대령(55)이 짝사랑하던 동료의 연인을 납치하려다 경찰에 체포된 것. 노워크 대령은 텍사스에서 휴스턴 공항까지 1500㎞를 10시간 동안 운전했다. 납치 및 살인 미수로 그를 체포한 경찰은 “노워크가 화장실 가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우주비행사들이 입는 최대흡수내의(MAG·Mamaximum Absorbency Garment)를 입었다”고 발표했다. MAG는 우주선의 이륙 또는 착륙과정에서의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성인용 기저귀다. 노워크는 법정에서 기저귀 착용을 부인했지만 진위 여부를 떠나 이 사건으로 성인용 기저귀는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리사 노워크 대령. 미국항공우주국(NASA) 홈페이지


▷성인용 기저귀는 1978년 미국에서 P&G가 첫 선을 보였다. 당시는 시장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해 주로 병원에서 판매됐다. 1983년 킴벌리-클락은 새 성인용 기저귀를 내놓으며 준 앨리슨을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젊은 시절 모든 남자가 결혼하고 싶어 했고 중년 이후에는 현모양처의 전형이 된 여배우, 이 때문에 ‘퍼펙트 와이프’라는 별명까지 얻은 앨리슨이 모델이 되면서 성인용 기저귀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노년층을 위한 생활필수품이라는 생각이 소비자들 사이에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 이후, 과거 청춘 스타였던 중년 여배우들을 잇달아 성인용 기저귀 모델로 기용했다. 중년 이후 많이 찾아오는 질환인 요실금에서 벗어나 ‘액티브 시니어’로서 활동 영역을 넓히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준 앨리슨이 출연한 성인용 기저귀 광고. 인터넷 캡처



▷요실금 같은 배뇨·배변장애는 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17년 요실금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10명중 7명이 50대 이상이었다. 70대 이상은 32%다. 그러나 실제로 성인용 기저귀를 착용하는 노년층이 모두 액티브 시니어일 수는 없다. 늘어나는 성인용 기저귀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을 보면 실상을 짐작할 수 있다. 성인용 기저귀 쓰레기는 전체 쓰레기의 5% 정도를 차지하지만 노인이 많은 지방 소도시에서는 비중이 30%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한 시골 요양원에서는 전체 쓰레기의 9할이 기저귀였다니 일본 정부가 ‘기저귀 재활용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선 것도 납득할 만하다.

성인용 위생팬티 시장(성인용 기저귀)의 성장 추이. 요실금의 경우 국내 여성의 40%, 60대 이상 남성의 24%가 경험할 정도로 흔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전용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일본에서 ‘실버 시장’은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60세 이상 소비총액은 이미 2012년 100조 엔(약 1000조 원)을 넘었다. 2030년에는 111조 엔까지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장을 겨냥해 일본에서는 크게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간병 시스템부터 작게는 약 복용시간을 알람으로 알려주는 약통까지 다양한 실버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성인용 기저귀 판매가 유아용 기저귀 판매를 넘어선 것이 2년 전이다. 인구구조가 일본을 닮아가는 우리에게도 곧 닥쳐올 이야기다. 일본은 2006년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통계청은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시점을 2025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이 고령사회가 된 것이 작년이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가 되는데 12년이 걸린 일본에 비해 속도가 빠르다.

일본 종이 기저귀 시장규모 추이(* 슈퍼 및 드럭스토어 등 소매점포에서의 판매액 기준). 인터비즈 제공



주성원 논설위원 swon@donga.com
그래픽=채한솔 디지털뉴스팀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