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넘어간 공…“美상응조치가 진전 여부 결정” 폼페이오 30일 G20 회의 참석…29일까지 분수령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왼쪽)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2018.5.29/뉴스1
전격 취소된 북미 고위급 회담이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회담 재개 일정에 촉각이 모아진다.
고위급 회담 개최가 더욱 지연될 경우, 북미 대화는 당분간 정체 상태가 계속돼 내년 초 2차 북미정상회담 등 향후 일정도 순연이 불가피하다.
북미는 당초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서 열릴 예정이었던 고위급 회담을 돌연 취소하고 물밑에서 다시 회담 일정을 조율해왔다.
고위급 회담은 내년 초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넘어야하는 필수 관문으로 꼽힌다.
한 우리 정부 당국자도 “내년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서는 지금쯤 (고위급) 회담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미가 아직 고위급 회담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은 미측의 상응조치를 둘러싼 북한의 불만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간선거 이후 대북제재 등의 문제에서 한층 더 입장이 강경해진 미국에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장고를 거듭하며 일종의 시간 압박 전술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미국이 상응조치에 대한 만족할만한 안을 제시해야 고위급 회담에 갈 수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이 어떤 조치를 내놓느냐에 따라 앞으로 진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고위급 회담 개최 여부의 ‘공’은 미국에게 넘어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에서 전향적인 양보 제스처는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2차 정상회담 개최의 전제조건으로 ‘핵 신고’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지난주 발언 등은 조만간 북미가 다시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최근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장이 방한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문제는 미측의 외교일정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등 남북간 일정을 고려할 때, 남은 시간이 별로 많치 않다는 점이다.
그때까지도 고위급회담이 열리지 못할 경우, 2차 정상회담의 내년 초 개최 가능성도 낮아질 수 있다.
핵 신고 등 각종 쟁점을 둘러싸고 여전히 양측간 이견이 첨예한 상황에서 약 한달만에 합의안을 마련해 내년 1월 양 정상간 ‘빅딜’을 이룬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 17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북핵 협상을 위한 시간이 별로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협상이 속도를 낼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G20 이전 고위급 회담을 열기 위해서는 추수감사절 연휴 이후 29일까지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위급 회담과 아직 한차례도 열리지 못한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 간의 실무그룹 협의가 동시에 열릴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그 경우 2차 북미정상회담 등 향후 일정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