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23일 인천 영종도 인천공항공사에서 “공항사업의 해외 진출은 인천공항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 사람, 장사꾼이 다 됐다. 거래처 대표와 어떻게든 개인적 인연을 엮어 볼 요량으로 집요하고 간절하게 공통점을 찾았던 듯싶다. 오죽하면 ‘발가락이 닮았다’ 수준의, 외국인과 코가 닮았다는 걸 자랑할까.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61) 이야기다. 맥주로 유명한 필리핀 산미구엘그룹 라몬 앙 회장과 일본 도쿄에서 만나 ‘마닐라 신(新)공항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막 도착한 그를 23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천공항공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 사장은 이번 건을 성사시키기 위해 산미구엘그룹 간부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했다. “사업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프랑스, 독일, 일본 회사들도 달려들고 있어요. 어떡합니까, 제가 나서야지요.” 덕분에 라몬 앙 회장이 정 사장을 ‘닥터 정’(정 박사)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해졌다.
그가 해외 진출에 공들이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인천공항공사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서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순이익 1조1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럼에도 정 사장은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권 후발 공항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향후 10∼20년 안에 우리가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했다. 해외 진출은 수익원을 다변화해 후발 주자의 위협에 대비하려는 안전장치다. 그는 “지금처럼 세계 공항서비스평가에서 12년 연속 1위를 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을 때 얼른 신사업에 진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이유는 전후방 연관 효과다. 필리핀 신공항의 경우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하면 그때부터 공항 건설을 위해 건설사와 감리사에서부터 통신 및 전자 설비, 수하물 처리, 운영 전담 인력까지 패키지로 함께 수출할 수 있다. 정 사장은 “국가 경제에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공항 건설 및 운영의 해외 진출”이라고 했다. 인천공항공사는 1% 미만인 해외 사업 비중(매출액 기준)을 2030년까지 10%로 늘릴 계획이다.
“해외 사업에서는 ‘을’ 중의 ‘을’이 돼야 합니다. 자존심? 그런 거 필요 없습니다. 사업을 따고 성과를 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상인(商人) 정일영의 말이다.
인천=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