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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개발행위허가 건너 뛸 방법 찾아라”… 농어촌公, 수상태양광 속도전 논란

입력 | 2018-11-26 03:00:00

‘허가 간소화 방안’ 내부문건 입수




태양광발전업체 대표를 지낸 이력 때문에 논란이 되는 최규성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사장 취임 직후인 올 3월 수상 태양광사업의 정식 허가절차를 건너뛰고 사업을 추진할 방법을 모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최 사장이 운영하던 태양광발전업체는 현재 그의 아들과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이 운영 중이다. 이 때문에 최 사장이 1년 이상 걸리는 허가절차를 생략하고 태양광 사업에 속도를 내려 했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시간 오래 걸리는 개발허가 절차 생략 시도

25일 본보가 입수한 ‘수상태양광발전사업 개발행위허가 간소화 방안 검토’ 문건에 따르면 농어촌공사는 올 3월 “개발행위허가를 받는 데에 1년 이상 걸리는 데다 건당 (환경영향평가 등) 비용이 4000만 원씩 드는 등 사업의 원활한 추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로펌과 “국토교통부로부터 개발행위허가가 필요 없다는 유권해석을 받아주면 성공보수를 주겠다”는 내용의 위임계약을 맺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을 지낸 이재화 변호사가 해당 건을 맡았다.

농어촌공사는 2022년까지 전국 저수지 등 941곳에 7조5000억 원대의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현재 저수지나 담수호 등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전사업허가를 받아야 하고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도 거쳐야 한다. 이어 지자체에서 개발행위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가운데 마지막 단계인 지자체의 개발행위허가는 전 사업 중 가장 까다로운 단계로 꼽힌다. 주민동의나 환경영향평가 등이 개발행위허가에 모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 농어촌공사가 추진하는 수상태양광 가운데 충남 아산시 내 12개 저수지와 강원 양양군 달래저수지, 충남 천안시 용연저수지 등은 주민 반발이 심해 개발행위허가 단계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올해 11월까지 총 709개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했는데 아직 1곳도 개발행위허가를 받지 못했다.

농어촌공사는 해당 문건에서 “지자체별로 개발행위허가가 필요한지에 대해 이견이 있다”며 “신속하게 많은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유권해석을 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 로펌에 유권해석 받아내면 성공보수 약속

통상 중앙부처나 공공기관은 유권해석을 의뢰할 때 사내변호사나 외부 로펌에 자문한 뒤 직접 소관 부처에 문의한다. 하지만 농어촌공사는 로펌에 유권해석 의뢰를 위임하면서 구체적인 유권해석의 내용까지 언급했다.

즉 “‘수상태양광 발전사업 시 개발행위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유권해석 결과를 받으면 수령일로부터 1주일 이내에 성공보수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농어촌공사는 착수금 1000만 원, 성공보수금 4000만 원 지급을 약속했다. 이 중 착수금 1000만 원을 먼저 지급한 뒤 경비로 처리했다.

하지만 유권해석 의뢰를 받은 국토부는 개발행위허가가 필요하다는 결과를 회신해 성공보수는 지급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은 개발행위허가 대상”이라면서 다만 저수지에 설치하는 태양광발전시설도 허가 대상에 포함되는지는 농림축산식품부에 문의하라고 답변했다. 농식품부 역시 저수지 태양광 발전시설도 개발행위허가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농어촌공사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는 “개발행위허가의 필요성을 놓고 지자체 간 이견이 있어 이를 명확히 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펌에 위임한 것은 유권해석을 진행한 경험이 부족해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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