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주와리는 덩어리로 잘 뭉쳐지지 않는 까닭에 숙련된 장인이 아니면 짧게 끊어져버려 국수라는 느낌이 없다. 하지만 잘 만들어 낸 것은 혀에 거칠거칠한 식감이 느껴지고 살짝 씹으면 메밀의 향이 퍼진다. 니하치는 밀가루가 들어가 좀 더 쉽게 만들 수 있으며 쫄깃쫄깃하고 혀에 미끄러지는 식감이 확실히 다르다. 잘 만든 것은 주와리만큼의 향도 품을 수 있다. 수제로 면을 뽑는 장인들은 대대로 운영하는 식당 입구에서 배합한 뒤 반죽을 펼치고 접어 칼로 자른 후 나무 상자 안에 정성스럽게 담는 전 과정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메밀국수는 일본에서는 원래 떡이나 당고처럼 만들어 먹던 것을 조선의 ‘겐친스님’이 국수 형태로 밀가루를 섞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1603∼1868년 에도시대 초기에는 메밀가루만을 반죽해 만들었다가 당시 고가였던 밀가루를 섞어 밀가루 8에 메밀 2 비율로 니하치를 선보였다. 원조 니하치다. 이후 전통적인 향과 맛을 그리워하는 이들에 의해 1868년부터 지금의 메밀 8, 밀가루 2의 비율로 자리 잡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메밀값이 밀가루와 비교할 수 없는 고가가 되었지만 농작물도 시대와 선호도에 따라 변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조리업계에서도 기계와 인간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메밀국수는 치열한 전장이다. 제면기는 메밀가루만을 이용해 단 2분 만에 면을 뽑을 수 있다. 숙련된 장인이 아니라도 정확한 레시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기존에 1만 원에서 1만5000원 정도 하던 전통 메밀국수도 있지만 기계를 사용한 음식은 4000원 정도까지 저렴해졌다. 간이식당에 서서 빨리 먹고 나가 회전율을 높인다. ‘우주소년 아톰’을 보고 자란 세대가 상상할 수 없었던, 인간들과 기계나 컴퓨터가 겨루는 일들이 주방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기계가 많은 것을 대신해 생활이 편리해지기도 했지만 몇백 년 역사가 있는 메밀 전문점에서 반죽에 사용하는 우물과 장인, 나무 메밀판과 젓가락, 차를 마시는 듯 조용히 메밀을 음미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인생의 묘미라 생각된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