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금융 강한 경제 만든다]2부 눈앞만 보는 ‘우물안 금융’ <4>해외 나가 빛 본 코리아 핀테크 해외송금 업체 ‘와이어바알리’
《 세계 각국의 핀테크 시장에서는 혁신 아이디어로 무장한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 벤처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 핀테크 기업들은 유니콘이 될 잠재력을 갖고도 척박한 규제 환경에 묶여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신산업 분야 700여 개 기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설문 결과 47.5%가 “지난 1년 새 규제 때문에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핀테크 기업의 사업 차질 경험률이 70.5%로 가장 높았다. 또 핀테크(56.8%)는 국내 대표적 신산업 중 두 번째로 글로벌 경쟁력이 낮은 분야로 꼽혔다.
하지만 한국의 높은 규제 울타리를 벗어나 나라 밖에서 유니콘이 될 날개를 펴는 국내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호주에서 성공해 한국에 역(逆)진출한 ‘와이어바알리’와 인도에서 4년 새 고객 6000만 명을 끌어 모은 ‘밸런스히어로’가 대표적이다. 이들을 통해 한국의 핀테크 신산업을 육성할 과제를 들여다본다. 》
호주에서 첫 사업을 시작한 해외송금 서비스 업체 ‘와이어바알리’의 직원들이 호주 현지에서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다. 호주에서의 사업 성공에 힘입어 이 기업은 2년 전 한국시장에 역진출했다. 와이어바알리 제공
해외사업의 성공에 힘입어 세 친구는 2016년 한국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한국에서 영업 중인 해외송금 업체들보다 수수료를 낮출 수 있고, 와이어바알리의 ‘송금 허브’로 설립한 홍콩법인을 통해 환전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2016년 한국법인을 설립하고도 실제 서비스를 시작하기까지 1년가량이 걸렸다. 국내에 마땅한 규정이 없어 해외송금 사업자가 고객 정보를 보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가 금융실명법에 해외송금업을 추가해준 뒤에야 고객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금융실명법 개정이 발목을 잡았다. 와이어바알리가 벤처캐피털사로부터 40억 원을 투자받았지만 중소기업벤처부가 이를 불허한 것이다. ‘금융실명법에 따라 와이어바알리가 금융회사로 분류돼 벤처특별법에 따라 투자를 받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유중원 대표는 “결국 자회사를 만들어 우회적으로 투자금을 썼다. 스타트업은 속도와 효율이 생명인데 한국은 답답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들어서야 이 규제 조항을 없앴다.
유 대표는 “한국 정부는 핀테크를 ‘혁신의 시각’이 아닌 ‘위험의 시각’으로 접근한다. 스타트업에 비협조적인 대형 금융사도 걸림돌이 돼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금만 관점을 바꾸면 핀테크 혁신 서비스들이 금융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해외투자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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