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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치료 중단 길 넓어졌다… 배우자-부모-자녀만 찬성하면 가능

입력 | 2018-11-26 03:00:00

환자 의식 없을때 필요한 가족 동의… 기존 ‘배우자-직계혈족 전원’서 완화
法개정안 통과, 내년 3월 28일 시행



동아일보DB


올해 5월 말 A 씨(90·여)는 뇌출혈과 심장 기능 이상으로 회생불능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의식이 있을 당시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두지 않았지만 A 씨의 자녀 6명은 모두 연명의료 중단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없었다. 모든 직계 혈족의 동의를 받아야 하다 보니 A 씨의 손자 손녀 13명의 동의까지 필요했다.

문제는 손자 손녀 중 2명의 동의 서명을 받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한 명은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고 또 다른 한 명은 가족과 연락을 끊은 상태였다.

내년 3월 28일부터는 A 씨처럼 가족의 동의가 부족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이어나가는 일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식이 없는 환자의 불필요한 연명의료 행위를 중단하려고 할 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가족의 범위를 만 19세 이상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전원’에서 ‘배우자와 1촌 이내 직계 존·비속(배우자, 부모, 자녀)’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재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연명의료를 중단하려면 네 가지 중 한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중 △환자가 미리 작성해 둔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있는 경우 △말기·임종기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경우 △‘평소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았다’는 환자의 의향을 환자 가족 2인 이상이 동일하게 진술한 경우 등 세 가지 조건은 환자의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본다.

문제는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을 때다. 이때는 가족 전원이 동의를 해야 하는데 가족의 범위가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전원’이다 보니 자녀뿐만 아니라 손자 손녀, 심지어 증손자 증손녀에게까지 동의를 받아야 했다.

복지부는 현재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 네 가지 의료행위를 중단하거나 유보할 수 있지만 앞으로 체외생명유지술(심장이나 폐순환 장치), 수혈, 승압제 투여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