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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한 바퀴’ 순방 떠나는 文대통령…‘로우키’ 중재외교 펼칠 듯

입력 | 2018-11-26 06:33:00


문재인 대통령은 금주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외교 강행군을 펼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차 떠나는 올해 마지막 순방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견인할 ‘비핵화 중재 외교력’을 선보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특히 이번 G20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여섯 번째 정상회담도 추진 중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내년 초로 그려지는 상황에서, 최대한 물밑 협상에 역효과가 나지 않도록 ‘로우키(low-key)’로 외교적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만남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연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오는 27일부터 내달 4일까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되는 G20에 참석한다. 취임 후 이번이 두 번째다. 또 G20 참석 차 체코·아르헨티나·뉴질랜드 3개국 순방에 나서며 경제외교에도 박차를 가한다.

이번 순방은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일정이다. 우리나라와 지구 정반대 편에 있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한 번에 이동하기 어려워 체코와 뉴질랜드를 중간에 기착한다. G20 참석 전 체코 프라하를 비공식 방문하며, 참석 후에는 뉴질랜드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귀국길에 오른다.

문 대통령은 이번 G20 무대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가속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세계 경제 현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지형 및 세계 경제적 기회에 대한 G20 정상 차원의 관심과 지지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순방의 하이라이트는 현재 추진 중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체류 기간이 너무 짧아 양측이 최대한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야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문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중재자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아세안 순방 때와 마찬가지로 로우키 전략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가 내년 초로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부분 조심스러운 외교적 역량을 발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평가다.

지난 유럽 순방 때와 같이 ‘조건부 대북제재 완화’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보다는 북한 비핵화를 추동할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최우선 목표로 삼을 확률이 높다. 자칫 제재 완화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가, 북미 물밑 협상에 장애 요소로 작용하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남북철도 공동조사를 제재 예외로 인정한 점을 언급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와 관련 “남북의 합의와 인내, 그리고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이룬 소중한 결실”이라고 부각시켰다. 문 대통령 역시 이번 미국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며 상응조치와 관련한 역할론을 거듭 강조할 것이란 관측이다.

아울러 이번 제재 예외 조치는 북한 비핵화를 추동할 일종의 상응조치로 첫 신호탄이 되면서, 향후 북미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했던 협상의 물꼬가 트이고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도 속전속결로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도 더 속도가 붙게 된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공화국·네덜란드 정상과 양자회담도 갖는다. 아르헨티나와의 정상회담은 2004년 이후 14년 만이다.

이 중 시선이 쏠리는 곳은 남아공과 네덜란드와의 정상회담이다. 남아공은 내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며 네덜란드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자 대북제재위원회 의장국이다. 차후 제재 완화의 물꼬를 틔워 줄 이들의 역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주요국을 선정한 기준을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다자외교에서 경제 외교에도 집중한다. ‘포용국가’를 설파하며 선도적 위치에서 나서고 있는 우리 정부 정책을 소개할 예정이다.

G20 참석 전인 27일부터 28일까지 체코를 방문해 바비쉬 총리와의 한·체코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날 핵심 의제는 원전 수주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명확한 결론을 낼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들을 충분히 전달할 좋은 기회”라고 했다. 또 2일 남아공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교류 확대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한편, 문 대통령은 주말 내내 공식 일정 없이 순방 준비에 매진했다. 25일 오후에는 김정숙 여사와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선물한 풍산개 ‘곰이’와 새끼들을 살피며 휴식을 취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