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10분 만에 끝났다. 조 회장 측은 충분히 자료를 검토한 뒤 혐의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심형섭)는 26일 오전 10시20분 조 회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검찰이 공소요지를 설명하고 피고인의 혐의별 입장 전달을 통해 향후 쟁점을 정리하는 절차다. 정식 공판은 아니기 때문에 피고인 출석이 의무는 아니다. 조 회장은 예상대로 이날 공판준비기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차 공판준비기일은 1월28일 오후 5시 열린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일)는 지난달 15일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조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03년부터 올해 5월까지 걸쳐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을 트리온무역 등의 명의로 구입해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배임)를 받는다.
현아·원태·현민 3자녀가 소유한 계열사 정석기업 주식을 정석기업이 비싼 값에 되사게 해 정석기업에 41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법상 배임)도 있다.
검찰은 또 2010년 10월~2012년 12월 조 회장이 약사와 이면 계약을 맺고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인근의 한 대형약국을 차명으로 운영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522억원 상당을 챙겼다고 파악했다. 조 회장이 약국 지분의 70%를 가지고 이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받아왔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이에 검찰은 특경법상 사기 혐의와 더불어 재벌총수로서는 이례적인 약사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검찰은 지난 7월6일 조 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보완수사를 통해 모친과 묘지기 등을 정석기업 임직원으로 올려 급여 명목으로 20억원을 지급한 혐의(특경법상 배임)를 추가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에 한진그룹의 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10개사와 친족의 이름을 명단에서 빠뜨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