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고위급 회담 난항 속 ‘통남봉미’ 스타일 전략 구사에 눈길 공식 기구 입장은 없어…‘물밑 대화 원활’ 관측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이제는 우리와 미국의 정치군사적 역학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라고 주장하며 대미 불만을 표출했다.(노동신문) 2018.11.26. © News1
북한 매체가 26일 대미 견제와 남북 밀착을 동시에 강조하고 나서 배경이 주목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인권 타령에 비낀(비친) 미국의 추악한 속내를 해부한다’라는 제목의 장문의 논평을 통해 “이제는 우리와 미국의 정치군사적 역학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약 열흘 전에 유엔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을 들어 대미 비난에 나선 모양새지만 논평에 드러난 북한의 ‘본심’은 글의 후반부에 몰려 있었다.
이는 북미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 대해 북한이 미국에 의구심을 드러낸 대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부대조건’이라는 말에서 비핵화 협상의 진척 과정에서 미국이 당초 협의 대상이 아니었던 추가 요구사항을 북에 제시하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어 “미국은 더 이상 부질없이 놀아대지 말고 달라진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와 변천된 대세의 흐름을 똑바로 보고 분별 있게 행동해야 한다”라며 “이것이 암울한 내일을 피하기 위한 출로(출구)이다”라고 위협성 비난을 가했다.
동시에 “이제는 우리와 미국의 정치군사적 역학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라고 언급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협상 파트너로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선포이자 요구사항인 것으로 동시에 해석이 가능하다.
이 같은 북한 매체의 보도는 북미 고위급 회담이 난항에 빠졌다는 관측과 동시에 나온 것이다. 특히 북한이 고위급 회담 일정 조율에 미온적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날 북한 매체의 대미 보도 톤과 합치하는 측면이 있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두 건의 기사에서 남북 경제협력의 강화와 정상회담 합의의 이행을 강조했다.
특히 개성공단을 언급하며 경제협력을 강조한 기사가 눈길을 끈다. 우리민족끼리는 ‘개성공업지구의 역사를 다시금 돌이켜보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역사와 현실은 우리 민족끼리에 기초해 북과 남이 손을 잡고 경제협력 사업을 힘 있게 밀고 나갈 때 민족의 화해와 단합, 공동 번영을 힘 있게 추동할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 준다”라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에서 우리민족끼리는 수차례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북남 경제협력은 한 핏줄을 나눈 겨레가 끊어진 민족의 유대를 잇고 나라의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중요한 사업”이라거나 “경제협력은 북과 남의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합리적으로 발전시켜 민족의 통일적 발전을 가져올 뿐 아니라 민족 내부에 서로 돕고 도와주는 화해와 신뢰의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라는 식이다.
또 “경제협력을 통해 서로 자유로운 왕래와 접촉, 화해의 길을 넓혀나가고 민족 공동의 번영을 이룩해나갈 수 있게 한다”라며 “북남 경제협력 사업은 북과 남이 공존, 공영, 공리를 도모하고 민족 공동의 번영과 조국통일을 촉진하기 위한 애국애족적인 사업”이라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날 보도가 ‘통남봉미(通南封美: 남측과 통하고 미국을 견제함)’ 전략을 연상케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한 보도에서 지난 20일의 한미 워킹그룹 출범 등 비핵화 관련 남·북·미 간 이슈가 아닌 인권결의안을 주제로 든 것은 일면 ‘톤 조절’의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핵화와 직접 연관이 있는 주제는 건드리지 않으며 미국과의 대화판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남측을 향해 경제협력을 강조한 것은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대북 제재 완화 요구의 일환으로 보인다. 동시에 남북 협력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정부의 스탠스를 ‘활용’해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더욱 나설 것을 요구하는 의도로도 분석된다.
북한은 최근 외무성이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공식 기구를 통한 입장을 내는데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한미를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임과 동시에 남북, 북미 간 적절한 소통 채널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음이 동시에 반영된 현상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