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낼 수 없을까. 미국 오하이오주가 주 정부 중 처음으로 ‘비트코인 납세’에 도전한다. 대표적인 가상통화인 비트코인의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오하이오주의 움직임이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오하이오, 이번 주 ‘비트코인 납세’ 허용
월스트리저널(WSJ)은 25일(현지 시간) “오하이오주가 세금 납부를 비트코인으로 받는 최초의 주가 될 준비를 마쳤다”며 “오하이오 기업들은 이번 주초 ‘오하이오크립토닷컴(OhioCrypto.com)’에 접속해 담배판매세부터 종업원 원천징수 세금 등 모든 세금을 비트코인으로 납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오하이오주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비트코인 납세를 허용한 뒤 개인 납세자로 적용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비트코인 납세는 2011년 취임한 조쉬 맨델 오하이오주 재무장관(41)의 작품. 그는 납세자의 편의와 가상화폐 선점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맨델 장관은 “나는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통화의 형태로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주 정부 차원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다. 매트 미드 와이오밍 주지사는 올해 블록체인 기반 회사의 등록과 운영이 쉬워지도록 규제 환경을 완화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뉴욕은 비트라이선스(BitLicense)라는 가상통화 사업을 위한 규제를 만들었다.
● 비트코인 쓰임새 검증 시험대 올라
비트코인 개념은 정부 보증이나 지원이 필요 없는 통화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로 10년 전 등장했다. 역설적으로 정부 지원 없이는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다. 지난해 1만9666달러까지 치솟으며 투기 열풍을 몰고 온 비트코인 가치는 최근 고점 대비 80% 이상 하락하며 40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투자 자산으로 거래되는 데는 성공했지만 가격 변동성이 워낙 크다보니 실제 지불결제 수단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범죄 수익을 걷어 들이는 지불 결제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오하이오주의 비트코인 납세 방침이 주목받는 건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비트코인이 널리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오하이오주의 조치가 비트코인에 법적 지위를 부여한 것은 아니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일종의 암묵적인 승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애리조나, 조지아, 일리노이주는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주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 비트코인 직접 거래는 아냐
오하이오주의 이번 조치가 비트코인 자체를 세금 대신 받겠다는 것은 아니다. 오하이오 납세자들이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납부하면 애틀랜타에 있는 비트페이(Bitpay)라는 지불결제 회사에서 이를 시세에 따라 달러로 바꿔 주 재무부에 납부하는 ‘간접 납부’ 방식으로 알려졌다. 주 재무부는 비트코인을 받는 게 아니라 달러로 세금을 받는 셈이다. 비트코인 가치의 변동성에 따른 손해는 납세자가 모두 져야 한다.
기업들이 이를 얼마나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WSJ는 “맨델 장관은 기업들이 이를 요구했다고 하지만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이 서비스로 이득을 볼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맨델 장관의 임기가 내년 1월에 끝나는 점도 변수다. 델라웨어주는 2년 전 블록체인 기술을 기업 등록서비스에 적용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하지만 잭 마켈 주지사가 떠난 뒤에 힘을 잃었다. 맨델 장관은 “가상통화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국 주요 주 정부의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 관련 대책
△오하이오주=2018년 11월 말부터 ‘비트코인 납세’ 허용
△와이오밍주=2018년 블록체인 기반 회사의 등록과 운영이 쉬워지도록 규제 개선
△뉴욕주=가상통화 사업 규제인 ‘비트라이선스(BitLicense)’ 제도 도입
△델라웨어주=2016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기업 등록서비스 시작
△애리조나, 조지아, 일리노이주=비트코인 세금 납부 법안 검토(의회 통과 못함)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