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아현지사 화재로 인근 지역의 통신망이 마비된 가운데 국가기간 통신망이 과연 테러나 재난 상황에서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신사들은 주요 통신국사에 대해서는 백업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정부 역시 점검을 통해 관리가 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등급 분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허술한 관리 실태가 드러나면서 정부가 관리 체계는 물론 비상 사태에 대비한 매뉴얼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KT 아현지사는 거점을 연결하는 통로에 불과해 D등급으로 분류됐다. 문제는 D등급 국사에서의 사고로 서울 북부 일부 지역 통신망이 마비되는 ‘통신 재난’ 사태가 벌어지며 과연 주요 거점 통신망의 경우 테러나 화재 등에 안전한 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혜화와 구로 등 KT 메인 국사와 목동 데이터센터 등 핵심 시설은 국가기반 시설로 지정돼 매년 정부로부터 안전 점검을 받고 있다. 통신관로 역시 이중으로 구축해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른 회선으로 돌려 통신 장애를 막도록 했다.
다만 구체적인 백업 시스템이 어떻게 구축돼 있는 지는 통신사들도 공개하고 있지 않다. KT 관계자는 “국가 주요 시설물이라 어떤 형태로 백업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지를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오성목 KT네트워크부문장(사장)은 “A~C등급은 모든 시스템에 백업이 돼 있다. 이번에 피해가 난 아현 국사는 광선로 백업이 안 돼 있는 상황이었다. ABC 등급은 광선로가 훼손되도 다른 루트로 할 수 있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아현지사를 D등급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정한 지에 대한 논란과 함께 정부의 관리 등급 분류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작은 사건 터질 때는 충분히 백업이 되지만, 폭탄을 맞을 정도의 사태에 대해서 백업을 하고 있느냐를 물어보면 안 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혜화지국에서 사건이 터지면 한국에서 돌아가는 인터넷이 다 먹통이 되며 국가 재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정부가 등급을 제대로 분류했는지, 분류에 따라 얼마나 세밀하게 관리해 왔는지도 의문”이라며 “현재 기준은 스마트폰이 상용화되기 전의 기준이다. 2009년 후반 스마트폰이 생활 깊숙이 들어온 상황에서 정부가 통신국사 관리 기준에 관련된 부분부터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테러학회 회장 호원대 이만종 교수는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테러 세력이 계획적으로 공동구를 타격할 경우에는 도시 전체가 장시간 마비될 수 있다”며 “다양한 네트워크, 언제 어디서든 연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상호접속방식, 통신망 두절 시 FM망을 통한 긴급 안내, 매뉴얼 보안 등도 추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