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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 지방선거 때문에 ‘권양숙 사칭’女에 돈 보냈나?” 의혹 제기

입력 | 2018-11-26 17:34:00

윤장현 전 광주시장(동아일보DB)


윤장현 전 광주시장(69)이 전·현직 대통령 부인을 사칭한 40대 여성에게 수억원을 뜯긴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26일 광주지검에 따르면 검찰은 전·현직 대통령 영부인을 사칭해 금품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된 A 씨(49·여)에 대한 사건을 조사 중이다.

A 씨는 지난해 12월쯤 “권양숙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딸 비즈니스 문제로 곤란한 일이 생겼습니다. 5억원이 급히 필요하니 빌려주시면 곧 갚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윤 전 시장에게 보내 4억5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현직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를 사칭해 광주와 전남지역 자치단체장 등 유력인사들에게 사기행각을 벌이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한 유력인사의 신고에 의해 드러났다. 그는 자신을 김정숙 여사라고 소개한 A 씨를 수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5월 대선과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했으며, 광주와 전남지역 정당과 선거 캠프 등에서 보직을 받아 상당한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여러 쟁점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A 씨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이 추가로 있는지도 확인하는 한편, 윤 전 시장이 돈을 어디서 구했는지,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은 없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윤 전 시장 측은 조사 과정에서 “권 여사가 자녀 문제로 어렵다고 해 돈을 보낸 것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에게 송금한 금액 중 3억5000만원은 시중은행 두 곳에서 대출받았고, 나머지는 1억 원은 지인에게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 전 시장이 A 씨에게 돈을 보낸 시점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경쟁을 벌이던 시기여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이날 한국투명성기구 광주전남본부는 윤 전 시장에게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이 단체는 보도자료를 내고 “윤 전 시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네 차례에 걸쳐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A 씨)에게 4억5000만원을 보냈다고 믿는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의구심이 든다”며 “A 씨와 윤 전 시장 모두 올해 치러진 6·13 지방선거를 이용했다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 공천을 받기 쉽지 않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권 여사(를 사칭한 사기범)의 부탁을 들어주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하며 “수사당국도 이 사건을 단순 보이스피싱 사기사건으로 처리할 것이 아니라 정치권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범주의 사건일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