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 전 광주시장(동아일보DB)
윤장현 전 광주시장(69)이 전·현직 대통령 부인을 사칭한 40대 여성에게 수억원을 뜯긴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26일 광주지검에 따르면 검찰은 전·현직 대통령 영부인을 사칭해 금품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된 A 씨(49·여)에 대한 사건을 조사 중이다.
A 씨는 지난해 12월쯤 “권양숙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딸 비즈니스 문제로 곤란한 일이 생겼습니다. 5억원이 급히 필요하니 빌려주시면 곧 갚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윤 전 시장에게 보내 4억5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현직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를 사칭해 광주와 전남지역 자치단체장 등 유력인사들에게 사기행각을 벌이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한 유력인사의 신고에 의해 드러났다. 그는 자신을 김정숙 여사라고 소개한 A 씨를 수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5월 대선과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했으며, 광주와 전남지역 정당과 선거 캠프 등에서 보직을 받아 상당한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시장 측은 조사 과정에서 “권 여사가 자녀 문제로 어렵다고 해 돈을 보낸 것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에게 송금한 금액 중 3억5000만원은 시중은행 두 곳에서 대출받았고, 나머지는 1억 원은 지인에게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 전 시장이 A 씨에게 돈을 보낸 시점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경쟁을 벌이던 시기여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이날 한국투명성기구 광주전남본부는 윤 전 시장에게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이 단체는 보도자료를 내고 “윤 전 시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네 차례에 걸쳐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A 씨)에게 4억5000만원을 보냈다고 믿는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의구심이 든다”며 “A 씨와 윤 전 시장 모두 올해 치러진 6·13 지방선거를 이용했다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