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G20 개막 고려할 때 이번주 개최 현실적 무리 北 내부 불만 때문에 ‘시간 압박 전술’ 들어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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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 차례 취소됐던 북미간 고위급 회담의 이달 개최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여 배경이 주목된다.
26일 외교가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주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자는 미국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앞서 7일(현지시간) 뉴욕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통일전선부장)간 고위급 회담도 “일정상”의 이유를 들어 전격 취소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29일부터 내달 1일까지 아르헨티나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해 참석할 예정이다.
다만 이같은 상황에 대해 한미 당국은 단순 일정상의 문제이며 고위급 회담 자체가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이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그 수위는 자제하고 있는 것도 일단 판이 아예 깨지거나 흔들리고 있는 상황은 아님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2차 정상회담 개최의 전제조건으로 ‘핵 신고’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지난주 발언 등 최근 미국의 태도에서는 현 상황에 대한 일종의 ‘초조함’이 엿보인다.
중간선거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비핵화 협상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겠다”며 줄곧 여유를 과시했던 것을 감안할 때, 모종의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7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북핵 협상을 위한 시간이 별로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7~8월만 해도 미국의 계속된 속도조절 발언에 북한이 친서를 보내는 등 초조해하는 모습이었으나 이제 양측 모두 시간으로 서로를 압박하는 국면”이라며 “북미 모두 시간을 의도적으로 수단화하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 변화는 9·19 평양선언에서 합의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와 교환할 미측의 상응조치에 대한 불만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 매체들은 연일 제재 무용성을 강조하며 제재 해제를 요구해왔다.
다만 이는 그저 더 많은 보상을 얻어내겠다는 단순한 차원이 아닌 북한 내부 사정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동시에 나온다.
별다른 상응조치 없이 북한 핵 프로그램의 본산 격인 영변 핵 시설을 폐기하는데 대한 내부의 불만에 직면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섣불리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기보다는 내부를 다지고 향후 전략을 재검토하는 국면일 수 있다.
문제는 북미간 별다른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 국면이 내달까지 이어진다면, 내년 초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은 물론 우리 정부가 연내 추진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종전선언에도 순연이 불가피하다. 그 경우, 북미간 대화 동력도 상당히 약화될 수밖에 없어 판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