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존엄성’ 8년 캠페인 농부… 10만명 서명 받아 발의했지만 좌절
소의 뿔을 제거하지 않고 놔두는 농가에 정부가 보조금을 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
최근 스위스에서 이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돼 화제라고 AP통신이 전했다. 스위스의 농부 아르맹 카폴 씨(66)가 발의한 ‘가축의 존엄성 유지’ 법안은 소나 염소의 뿔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농가에 마리당 190스위스프랑(약 21만6000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의 뿔 제거는 뿔이 나기 시작할 때 소에게 진정제를 투여하고 뜨겁게 달군 쇠로 뿔을 지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재 스위스 소의 4분의 3은 뿔이 제거됐거나 선천적으로 뿔이 없다.
소뿔 제거에 반대하는 진영은 가축도 존엄성을 지킬 권리가 있으며, 뿔이 자라도록 놔두는 게 소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뿔에 방울을 단 소가 스위스의 상징이라는 이유도 내세웠다. 8년간 캠페인을 벌인 끝에 10만 명의 서명을 받아 법안을 발의한 카폴 씨는 “소들을 보면 늘 머리를 들고 자부심이 있다. 뿔을 제거한다면 소들이 슬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법안은 25일(현지 시간)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반대 54%, 찬성 46%로 부결됐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