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된 이주민]<2>베트남 출신 울산기업인 부이 씨
베트남 출신 부이흐우하 씨는 한국에서의 합법적인 체류 기간이 지나 미등록 체류자로 지내다 추방을 당한 경험이 있다. 기업투자 비자를 받아 다시 한국 땅을 밟은 그는 지금 연간 17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의 대표다. 포항=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하루아침에 쫓겨났지만 20대를 모두 바친 한국에서의 삶을 포기할 수 없었다. 추방된 지 9개월 만인 2015년 3월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얻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재입국 후엔 추방되면서 한국인 직원에게 맡기고 떠났던 울산의 회사를 더욱 키웠다. 직원은 25명(한국인 11명)까지 늘었다. 연 매출도 17억 원으로 증가했다.
부이흐우하 씨(36)가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건 2003년 6월. 당시 스물한 살이던 그는 조선업 관련 일을 배우기 위해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왔다. 울산에 있는 한 선박 도색업체에 일자리를 구한 그는 타고난 성실함으로 이 회사 사장의 마음을 얻었다. 오랫동안 그를 지켜봐 오던 이 업체 한국인 사장은 2011년부터 회사 일감의 일부를 떼어내 전적으로 부이 씨에게 맡겼다. 그리고 2년 뒤인 2013년 부이 씨는 완전히 독립해 자신의 회사를 따로 차렸다. 독립한 뒤로도 회사 사정은 나쁘지 않게 굴러갔다.
“추방을 당하면서도 살고 있던 울산의 집을 팔지 않았어요. 베트남으로 갈 때 짐도 전부 그대로 두고 갔죠.” 그는 추방을 당해 쫓겨나면서도 반드시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베트남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애쓴 끝에 3억 원을 모았다. 그리고 한국 정부로부터 기업투자 비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그는 “미등록 체류 기간이 8년이나 돼 한국 정부를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변호사도 쉽지 않을 거라고 했다”며 “추방되기 전 한국에서 업체를 운영한 실적과 적극적인 투자 의사가 비자를 받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이 씨가 추방된 뒤로 하나둘씩 흩어졌던 직원들도 그의 재입국 소식을 듣고 다시 모여들었다.
자신을 쫓아냈던 한국이었지만 그는 “좋은 사람들을 훨씬 더 많이 만났다”며 추방을 당해 베트남행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에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만 생각했다고 한다. 산업연수생 시절 가족과 떨어져 외롭게 지낼 때 자신을 따뜻하게 챙겨줬던 한국인 직원들, 자신의 성실함을 믿고 회사 일감을 떼어줬던 사장님을 그는 잊지 못한다. 기업투자 비자를 받는 과정에서 발 벗고 나서 줬던 경북 포항의 외국인센터 직원들도 그에게는 은인이다.
부이 씨는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자신이 받았던 도움들을 앞으로 하나씩 갚으면서 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산업연수생 시절 자신을 각별히 챙겼던 한국인 회사 동료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치료비로 300만 원을 전달했다. 그는 기업투자 비자를 받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외국인센터에도 정기적으로 기부를 할 생각이다. 부이 씨는 직원들에게도 동종 업체 평균보다 임금을 10% 정도 더 많이 주고 있다고 한다. 그는 “우리 회사가 경쟁 업체들에 비해 매출이 20%가량 더 많다. 그런 만큼 직원들도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업 불황으로 회사가 힘든 시기에도 직원 한 명 줄이지 않고 버텼다.
포항=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