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이 캡슐은 올해 9월 가고시마현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고노토리 7호기 상단 부분에 부착돼 있었다. 고노토리는 ISS에 보급물자나 대형 기계를 운반하려고 개발한 무인 우주보급선이다. 그동안 우주보급선은 화물운반을 마친 뒤 쓰레기를 가득 싣고 대기권에 재진입하며 산화했다. 7호기는 시료캡슐을 기체 바깥쪽에 부착해 ISS로 향했고, 지구 상공을 돌다 지상에서 신호를 받아 캡슐을 분리할 때까지 무사히 임무를 수행했다. 캡슐은 대기권 재진입으로 발생하는 2000∼3000도의 고온을 견디며 일본 근해에 떨어져 회수됐다. ISS는 2024년까지 운영될 가능성이 있어 서둘러 성과를 내려고 했고 이 가운데 이뤄낸 쾌거였다. 캡슐에는 일본 민간기업의 보온병 기술을 활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는 뉴스를 보면서 49년 전 영상을 기억했다. 1969년 7월 21일 새벽 5시 17분 40초 닐 암스트롱 선장과 버즈 올드린, 마이클 콜린스 등 3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운 아폴로 11호의 착륙선이 인류 최초로 달에 도착했다. 오전 11시 56분 드디어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월면에 첫발을 내디뎠다. 무언가 하얀 우주복을 입은 사람이 천천히 날듯이 걷는 흑백의 영상이 떠올랐고 암스트롱의 ‘이는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라는 명언도 생각났다.
1961년 시작한 아폴로계획은 1972년 17호로 막을 내린다. 나는 아폴로시대에 성장했다. 이과계열이었던 오빠는 중학교에 다닐 때 직경 6cm의 천체망원경을 아버지로부터 선물로 받았고 고교시절에는 용돈을 모아 부품을 구입해 직경 10cm의 망원경을 직접 조립했다. 또 반사경을 직접 밀링으로 작업해 또 다른 한 대의 망원경도 만들었다. 오빠는 하늘이 맑은 밤이면 늘 마당에서 천체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측했다. 특이한 게 망원경에 잡히면 자랑스레 “얼른 보러 나와라!”하고 내게 말했다. 달은 마치 백과사전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지만 목성, 토성은 줄무늬나 고리를 겨우 확인할 만큼 보였다. 망원경이 없었을 때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 이야기를 자주 들려줬다. 나는 일찍 우주를 만났다. 커다란 우주의 작은 지구에 살고 있는 더욱더 작은 나. 나의 세계관의 원점은 여기에 있었다.
우주개발 덕분에 내가 배운 것은 ‘지구는 파랗고 아름다운 별’이고, ‘지구에는 국경이라는 선이 없다’는 것이며, 그 아름다운 지구이지만 ‘여리고 약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구를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다. 결국 지구를 지키는 것은 지구에 사는 인간의 몫이다. 그래서 인간이 욕심을 내거나 싸우는 것은 무의미한 것은 아닐까? 나는 현재 한국에서 한국인 남편과 고양이와 살고 있다. 남편도 아폴로세대이고, 우연찮게 별을 보는 취미를 지녔다. 하늘이 맑은 밤이면 자주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본다. 물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 남편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