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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핵심시설 돌아다니고 경보음 울렸는데도 아무런 대응 없어

입력 | 2018-11-27 03:00:00

[뻥뚫린 A급 국가통신시설]KT혜화타워 직접 들어가보니




25일 오후 8시경. 동아일보 취재팀은 서울 종로구 KT혜화타워 1층 출입구 옆에 있는 경비실 앞을 걸어 지나갔다. 경비원은 출입구를 통해 건물로 들어가는 사람은 신원을 확인했지만,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은 제지하지 않았다. 출입구를 지나 30m가량 걸어 들어가니 차량용 엘리베이터가 나타났다. 다른 절차 없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할 수 있었고,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40분 동안 지하 1층∼지상 6층을 훑어봤지만 누구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 이틀 연속 뻥 뚫린 국가보안시설

취재진은 먼저 6층 글로벌통신서비스센터 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5G Core 통신시설’이란 간판이 눈에 띄었다. KT가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을 상용화하기 위해 마련한 차세대 통신망 장비다. 경찰청 PGW(Packet Data Network Gateway) 장비도 놓여 있었다. PGW는 통신망의 데이터 송·수신을 담당하며 단말기에 인터넷주소(IP) 등을 할당해주는 핵심 통신장비다. 국제방송시설, 국제교환시설, 국제응용시설, 국제전송시설을 다루는 장비도 있었다. 이외에도 타워 곳곳에 통신망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장비들이 설치돼 있었지만 취재진이 접근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혜화타워는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들을 오가는 데이터를 적재적소에 분산시키고, 국내와 해외 인터넷을 연결시켜 주는 허브 역할을 한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한민국 인터넷 전체가 걸려 있는 혜화타워가 파괴되면 국내외 인터넷 연계뿐 아니라 기업의 클라우드망까지 멈추게 돼 인터넷 관련 기반시설이 모두 멈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근무자들이 모두 출근한 26일 낮 12시 반경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취재진은 전날처럼 차량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사무실 건물로 연결되는 것으로 보이는 철문을 열자 경보음이 울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출동하지 않았고 취재진은 20분 동안 건물 내부를 돌아보고 나왔다.

KT에 따르면 국가보안시설인 혜화타워에 출입하려면 내부 직원과 사전에 약속을 해야 한다. 출입구에서 이름과 소속, 연락처, 출입시간을 적고 서명한 뒤 방문증을 받고 직원을 불러내 함께 들어가도록 돼 있다. 하지만 차량용 엘리베이터를 타면 이런 절차 없이 건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KT 측은 “25일은 아현지사 화재로 인해 고위급 임원들이 회의를 했고, 26일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간담회가 예정돼 있어서 출입 통제가 다소 느슨했다”고 해명했다.

○ “백업망 있어도 파괴되면 피해 막심”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한민국 통신의 대동맥’으로 불리는 혜화타워는 △한국과 해외의 통신을 잇는 관문 역할을 하고 △서울 일대 통신망을 책임지며 △청와대와 정부서울청사 등 주요 정부시설 통신망을 총괄한다. 이 때문에 만에 하나 혜화타워에 외부인이 들어가 불을 내거나 테러를 저지른다면 KT 아현지사 화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실제 2013년 5월 서울의 한 종교시설에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모임에서는 한 참석자가 “통신의 경우 가장 큰 곳이 혜화국이다. 몇 개의 문을 통과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송천 KAIST 명예교수는 “혜화타워가 파괴돼 인터넷이 마비되면 금융 전기 수도 가스 등 각종 사회기반시설도 잇따라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KT는 혜화타워가 파괴되더라도 KT 구로지사에 상당 부분 백업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큰 혼란이 벌어지지는 않을 거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혜화타워가 떠맡던 트래픽이 다른 곳으로 분산되면 전체 통신망 속도가 마비 수준으로 느려져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혁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과학기술사이버안전센터장은 “혜화타워처럼 규모가 매우 크고 핵심 관문 역할을 하는 시설은 이중화, 삼중화돼 있다 해도 피해가 엄청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다빈 empty@donga.com·조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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