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핸드볼 대표팀 사령탑서 신생 하남시청 지휘 임영철 감독
2일 SK코리아핸드볼리그 상무와의 개막 첫 경기서 선수들을 독려하는 임영철 하남시청 감독. 임 감독의 조련하에 7월 창단 이후 첫 공식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하남시청은 두산, SK에 이어 3위를 달리며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신생 팀을 동네북이 아닌 ‘다크호스’로 이끌고 있는 임영철 하남시청 감독(58)은 “지금까지 잘 싸워주고 있는 선수들이 기특하다. 경기를 치를 때마다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하자고 다독이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하남시청의 시즌 초 선전 뒤에는 ‘우생순’ 신화를 이끌었던 임 감독의 지도력이 자리 잡고 있다. 여자 대표팀의 2004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 획득 과정을 그린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 실제 모델이었던 선수들을 대표팀 감독으로서 이끌었던 그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동메달을 딸 때는 경기 종료 직전 은퇴를 앞둔 노장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코트에 나서게 했고 그들의 은퇴 순간을 승리로 장식하게 했다. 당시의 모습은 큰 감동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평소 지독한 강훈련으로 알려진 그이지만 이렇듯 선수들의 기를 살리는 데도 능하다.
핸드볼계에서 이름을 떨치던 그였지만 남자 핸드볼 팀 감독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남자부 기존 팀들에서 전력 외로 분류된 뒤 선수 생활의 마지막 기회를 얻기 위해 신생 팀의 문을 두드린 선수들의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위축된 선수들을 다독이며 다그쳤다.
“5월 3일 날 처음 선수 모집 공고를 했으니 갓 반년이 지났어요. 시간은 짧지만 같은 남자끼리라 눈빛만 봐도 통하는 부분이 있어요. 호되게 다그친 뒤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와서 이 악물고 뛰니 어떨 때는 대견하기까지 해요(웃음).”
상대적으로 빠르고 역동적인 남자 핸드볼에 임 감독은 20여 년 동안 여자 팀을 지휘하며 노하우를 쌓은 여자 핸드볼 특유의 ‘섬세함’을 불어넣었다. 하남시청에는 국가대표 출신의 정수영(33) 외에 스타라 불릴 만한 선수는 없다. 하지만 ‘팀 하남시청’은 활발한 패스 게임으로 상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임 감독은 “두산, SK에 비록 큰 점수 차로 졌지만 경기 초중반까지는 대등하게 싸웠다. 선수들 사이에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솟구치고 있는 부분은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신생 팀의 첫 시즌을 맡은 임 감독의 올 시즌 목표는 뭘까. “목표는 딱히 없는데…”라고 말을 삼킨 임 감독은 올 시즌 입단한 정재완, 박광순, 박동광 등 신인 선수들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며 “우수한 재목들이다. 팀의 주축뿐 아니라 국가대표 기둥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속말을 하지 않은 것 같기에 재차 물었다.
● ‘우생순’ 임영철 감독 지도자 경력
―1988∼1992년 남자 국가대표 코치
―1992년 9월 종근당 여자 핸드볼 팀 코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여자 대표팀 코치(4위)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대표팀 감독(은메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대표팀 감독 (동메달·사진)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여자 대표팀 감독(금메달)
―2016년 리우 올림픽 여자 대표팀 감독(노메달)
―2018년 2월 하남시청(남자 팀) 초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