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콘서트홀 올해 작곡가시리즈… 12월 4일 KBS교향악단과 무대 “악보 공부하려고 독서실 가죠”
최희준 지휘자가 1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연구실에서 지휘봉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지휘봉은 지휘자의 분신이다. 손가락에 올렸을 때 수평이 되는 지점을 잡고 지휘하면 된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휘자 최희준(45)이 지휘봉 15개 가운데 하나를 꼽으며 말했다. 손잡이 때가 유독 까맣고 군데군데 칠이 벗겨졌다. 1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교수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지휘자에게 지휘봉은 곧 손이자 음악”이라며 “쥐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손에 착 붙는 지휘봉은 따로 있다”고 했다.
이 지휘봉은 곧 그의 손을 떠난다. 롯데콘서트홀의 올해 작곡가시리즈 ‘쇼스타코비치 시리즈’ 마지막 무대의 사전 관객평 선물로 내놓은 것. 그는 12월 4일 KBS교향악단, 프랑스 태생 첼리스트 에드가르 모로와 함께 교향곡 제8번, 첼로 협주곡 제1번을 연주한다.
최수열, 성시연 지휘자 등과 더불어 그는 유학파 2세대 지휘자를 대표한다. 단국대 작곡과를 졸업한 뒤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 지휘과에서 공부했다. 그의 음악 인생은 베를린 유학 시절 본격적으로 꽃을 피웠다. 같은 곡이 다르게 연주되는 지휘의 매력에 눈을 떴고, 문자 그대로 악보를 달고 다녔다. 그는 “클래식의 본고장이자 예술의 중심인 베를린이 주는 특유의 기운이 있다”며 “그곳에서 각종 할인을 통해 공연을 섭렵하고 악보를 파면서 음악과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시절엔 지휘자로서는 드물게 팬덤을 거느렸다. 은둔하는 이미지와 깐깐한 악보 해석이 매력 포인트로 작용했다.
“정확한 연주의 토대는 악보 속 작곡가의 의도라고 생각해요. 리허설을 반복해 최대한 그 의도에 가닿고자 노력하죠. 온전한 제 시간을 내기 힘들어 이른 아침 동네 독서실이나 학교 도서관에서 악보 공부를 해요. 대부분의 지휘자가 비슷할 겁니다.”
악보와 씨름하고 단원들을 설득하며 20년째 걸어온 지휘 외길. 그는 “좋은 연주는 ‘자발적인 한마음’에서 나온다”며 “이를 위해 ‘말러 교향곡 1번 1악장은 세상이 창조되는 느낌으로 해보자’고 음악으로 설득한다”고 했다. 후배들을 향한 조언을 묻는 동시에 ‘사랑’이란 단어가 나왔다. “지휘도 일이잖아요. 조건 없이 음악과 풍덩 사랑에 빠져야 잘할 수 있습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