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부모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받지 못한 이들의 ‘빚투’가 한창이다.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에 빚을 더한 온라인 합성어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가수 겸 연기자 비(36)의 부모를 고발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1988년 서울 용문시장에서 떡가게를 하던 비의 부모가 쌀가게를 하던 자신의 부모에게 쌀 1500만원어치와 현금 800만원을 빌렸는데 아직 갚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원금 만이라도 갚으라고 요구했으나 비의 가족이 잠적했다. 소송을 걸려고도 했으나, 가정 사정이 빠듯해 하지 못했다. 결국 소송 기간도 지나버렸다”는 것이다.
연예계 빚투는 최근 래퍼 마이크로닷(25)의 부모가 촉발했다. 과거 제천에서 젖소 농장을 운영하던 마이크로닷의 아버지(61)는 축협에서 수억원을 대출하면서 지인들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웠고, 또 다른 지인들에게도 상당액의 돈을 빌렸으나 1998년 돌연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들은 그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소재 불명 상황이 지속하면서 기소 중지 처리됐다. 하지만 피의자가 형사 처분을 피할 목적으로 국외에 체류하고 있는 경우 등은 공소시효가 중지된다.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뉴질랜드에 거주하고 있다. 충북 제천경찰서는 마이크로닷 부모 검거를 위해 인터폴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마이크로닷은 부모의 사기범죄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자신을 인기인으로 만들어준 채널A ‘도시어부’, tvN ‘국경 없는 포차’ 등의 예능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또 래퍼 도끼(28)의 어머니로부터 과거에 사기를 당했다는 주장도 불거졌다. 도끼 모친의 중학교 동창이라는 A는 IMF 사태 이후 도끼의 어머니에게 1000여만원을 빌려줬으나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도끼는 바로 해명에 나섰다. 26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 라이브 방송을 통해 모친의 모습을 보여주며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엄마는 사기친 적 없다”고 했다. “마이크로닷 사건 때문에, 같은 그룹이었다는 이유로 저랑 엮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도끼와 마이크로닷은 2005~2006년 최연소 힙합 듀오 ‘올 블랙’이라는 팀으로 활동하며 주목을 받았었다.
도끼는 “마이크로닷 사건으로 인해 저와 엮으시려는 것 같은데 저는 잠적한 적도 없고, 금수저로 산 적도 없다. 상대를 잘못 골랐다”고 주장했다. “돈은 제게 오시면 갚아드리겠다. 그 돈은 내 한 달 밥값 밖에 안 되는 돈”이라고 피해자를 무시하는 발언으로 반감을 사 역풍을 맞고 있기도 하다.
비의 부모가 돈을 갚지 않았다고 주장한 이는 비와 함께 마이크로닷, 도끼를 언급하며 “빌린 돈 또는 사기로 번 돈으로 자신들이 떵떵거리면서 TV에서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억울함으로 눈물을 흘리며 평생을 힘겹게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중견 기획사 관계자는 “연예인이 가족의 일을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는 판단과 함께 여론을 타고 악의적인 의도로 비방하는 목소리는 경계해야 한다는 시선이 연예계에 공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