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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은 속도내는데…적십자 회담, 예술단 공연 등 현안 여전

입력 | 2018-11-27 13:23:00

11월 중 개최 합의한 적십자 회담 진척 없어
철도 공동조사, 항공 회담 등 北 관심사에만 집중 우려




남북이 주요 현안인 철도 연결 및 현대화 협력 사업의 돌파구를 찾는 모양새다. 동시에 남북 간 합의에 따른 협력 사업들의 진척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남북은 이번 주 후반 경의선 북측 구간(개성~신의주)을 시작으로 20여 일간의 공동조사 일정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막판 협의가 진행 중이다.

철도 공동조사는 남북의 협력 사업 중 비중 있게 추진된 것이다. 특히 북측에서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과 더불어 빠른 진척을 원했던 사업이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의 ‘심판대’와 같았던 사업이기도 하다. 남북 밀착을 위해 경제협력을 원하는 북측의 ‘니즈’를 채워줘야 함과 동시에 미국을 설득해 대북 제재 면제 조치를 받을 필요가 있었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주 후반부터 이어지는 공동조사에 이어 착공식까지 원활하게 진행되면 정부의 입장에서는 한시름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철도 공동조사 외에도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진행해야 할 사안은 아직 산적하다. 특히 11월 중 개최에 합의했던 적십자 회담은 연내 개최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십자 회담의 경우 우리 측이 빠른 진척을 원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주요 대북 정책의 하나로 꼽아왔으며 남북 정상회담과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꾸준히 북측에 관련 현안의 해결을 제의하고 있다.

남북은 지난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향후 상설 면회소로 활용할 금강산 내 이산가족면회소의 동결 해제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정부는 당초 적십자 회담이 11월 중 열릴 경우 기존 이산가족 상봉 방식에서 개편된 ‘상시 상봉’ 형태의 첫 행사 시점을 내년 음력설로 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 내 면회소의 개보수 일정 등을 고려한 일정이었다.

그러나 북측이 적십자 회담에 적극 호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한 해결’을 언급한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밖에도 북측은 남북 협력 사업에 있어 철저히 ‘경제’에 맞춰 ‘취사선택’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적십자 회담이나 북측 예술단의 서울 파견 등 정상회담 합의 사항에는 미온적이면서 항공 실무회담, 통신 회담 등 당초 합의 사항에 없던 협력 사업은 먼저 우리 측에 제안하고 있다.

특히 항공 실무회담의 경우 북측 영공에 대한 통과료 등 북측의 입장에서 얻을 수 있는 실리적 측면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가능한 많은 분야에서 대북 제재를 ‘흔드는’ 효과도 감안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같은 북측의 태도는 민간 협력 사업의 진척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10월 중 예정됐던 개천절 공동 행사 등 민간단체와의 협력 사업을 대거 취소하거나 일정을 미룬 바 있다.

그러나 대북 경협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우리 측 정치인들이 참석하는 10.4 공동선언 기념행사나, 외국 국적의 경제인들이 대거 포함된 세계한상총회의 평양 방문 등은 적극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지난 14일엔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을 비롯한 북한 방남단이 3박 4일의 일정으로 경기도 일대에 대한 경제 시찰을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남을 계기로 밀렸던 남북 간 협력 사업이 ‘해갈’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정부는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핸드볼 경기장을 북측 예술단의 공연 장소로 면밀히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날인 26일부터 김 위원장의 연내 방남이 연기되는 기류가 나타나며 남북 간 합의사항 이행도 다시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남북 간 합의된 사업들에 대해서는 개성 연락사무소 등 남북 간 채널을 통해 논의 중에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