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8·끝> ‘만스김밥’ 김상만 대표
노란 단무지를 연상시키는 노란 타일로 단장한 푸드트레일러 가게 ‘만스김밥’ 앞에 선 김상만 대표와 아내 박민영 씨. 두 사람은 “만스김밥이 간단하지만 맛나고 든든한 한 끼가 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가게 문을 연 지 두 달이 지났는데 하루 매출이 많아야 7만 원 정도였어요. 주력 메뉴였던 꼬마김밥은 개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은 터였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키나와 김밥가게 바로 앞에 있는 호텔을 숙소로 잡고, 매일 아침 문도 열기 전에 김밥집 앞에 줄 서서 기다렸다. 사흘 내내 종류별로 사갖고 와서 세 끼 김밥만 먹었다. 오키나와에서 파는 네모난 김밥을 만스김밥에서도 팔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재료 연구에 들어갔고, 스팸이 주재료인 ‘만스김밥’과 돈가스를 넣은 ‘만돈김밥’, 어묵과 청양고추를 넣은 ‘만땡김밥’을 개발했다. 반응이 좋았다. “꼬마김밥 판매할 때는 ‘맛있어서 다시 왔다’고 하는 손님이 거의 없었습니다. 메뉴를 바꿨더니 그렇게 얘기해주는 손님들이 많아졌어요.” 날씨가 좋을 때는 주말 매출이 100만 원을 넘긴다고 김 대표는 귀띔했다.
사표를 내고 고향인 인천으로 돌아와 아내와 함께 부모님의 집에 지내면서 신포국제시장의 ‘눈꽃마을’ 청년몰 지원사업에 응모했다. 처음에는 회사를 그만뒀다는 소식을 부모님께 알리지 않은 채 사업 준비를 했다. 청년몰 최종발표를 일주일 앞두고 “왠지 좋은 느낌에” 그제야 부모님께 털어놨다. “사고 칠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잘 다니던 회사를 접고 창업을 한다니 걱정도 많이 하시고…” 부모님은 주말에 손님이 몰려들 때면 가게로 나와 함께 김밥을 만드는 지원군이다.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메뉴는 ‘만스김밥’. 식감을 고민하다 쫀득쫀득한 느낌의 꼬들단무지를 스팸과 함께 넣은 게 통했다. 원형김밥에 지단이 들어가는 것과 달리 네모난 김밥에 계란프라이를 넣은 것도 특징이다. ‘만땡김밥’의 청양고추는 건너편 중국집 사장님이 가르쳐준 레시피를 썼다.
‘만스김밥’이 자리한 신포국제시장은 인천 최초의 근대 상설시장이라는 상인들의 자부심과 함께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시장이다. ‘눈꽃마을’ 청년몰은 청년들의 상업 활동뿐 아니라 문화공연이 함께하는 거리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의도로 조성됐다. 인천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쉼터, 버스킹 공연 무대 등이 함께 갖춰져 있다. ‘만스김밥’은 이 시장 골목에 늘어선 푸드트레일러 중 한 곳이다. 김 대표는 아내와 함께 오전 9시면 푸드트레일러로 출근해 재료 준비를 하고 점심, 저녁 장사를 한 뒤 오후 8시쯤 퇴근한다. 푸드트레일러엔 수도시설이 없어, 설거지거리를 들고 집에 가서 설거지를 하고 재료를 다듬느라 밤늦게 잠든다. “남편이 회사 다닐 때도 늦게 왔지만 그땐 술 취해 들어오는 일이 많았는데, 지금은 가게 일로 바빠서 술 마실 새가 없어요.” 창업해서 좋은 점을 묻자 아내 박민영 씨는 이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장래 계획을 묻자 김 대표는 “번듯한 가게를 내기 위해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설거지거리를 집에 갖고 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하려는 편의성이 일차적인 목표라지만, ‘만스김밥’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자 하는 바람 때문이기도 하다. 학교 앞, 회사 앞 등 곳곳에 매장을 진출시키고자 하는 바람도 있다. 김 대표는 “언젠가 해외로도 진출하는 꿈도 꾼다. 한국을 대표하는 개성 있는 김밥이 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 좋은 재료로 만든 톡톡 튀는 김밥들 ‘눈길’… 식사공간 확보해 푸드트럭 약점 커버해야 ▼
이정욱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실장
● 칭찬해요
② 메뉴개발 노력=최적의 맛을 찾아내기 위해 고객들이 좋아할 재료 조합을 지속적으로 연구했다. 창업 전문가의 솔루션을 적극 수용하고 메뉴 벤치마킹을 위해 해외를 가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단순하게 메뉴를 베끼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탄생시켰다.
● 아쉬워요
② 불규칙적인 마감시간=푸드트럭 형태의 요식업종은 재료가 소진되면 그날 장사를 마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고객들의 재방문율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 이에 대비한 방안을 사전에 마련하는 것이 좋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