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원스토어 eBook사업팀 매니저
오래전 캄보디아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다 허물어져가는 학교에 텐트를 치고 근 열흘을 났다. 수도시설도 열악해 물티슈로 세수를 하고 비가 오면 뛰쳐나가 옷을 입은 채로 샤워를 하곤 했다. 때때로 건물 보수를 돕기도 했지만 주로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명목하에 놀이수업을 진행했다. 천사 같은 아이들이었다. 달리기 경주를 하는데 넘어진 친구의 손을 잡아 일으켜 함께 뛰던 아이들. 헤어지던 날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적고 사진을 찍으며 함께 울었다.
이어서 수상 가옥으로 유명한 마을을 찾았다. 이곳 아이들은 사뭇 달랐다. 통례적인 행사에 어느 정도 운을 맞춰 주다가 끝날 즈음 나누어주는 물품을 그날치 배당량 받아가듯 당연하게 들고 사라졌다. 등 뒤에 숨기고 인상 쓴 얼굴로 또 달라며 손을 흔드는 경우도 여럿 있었다. 유명한 곳이다 보니 오가는 봉사자가 많았을 것이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보면 다 큰 어른도 지치기 마련인 법. 이벤트성 봉사에 이골이 난 아이들은 진심을 낭비하지 않는 편을 택한 듯 보였다.
처음에는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숙연해졌다. 무엇이 봉사인가라는 원초적 물음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마음을 주고받은 뒤 훌쩍 떠나버리는 것이 과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정을 나누고 헤어질 때 부둥켜안고 눈물 흘리는 것은 알량한 자기만족일지도 모른다.
어찌됐건 중요한 것은 결국 봉사란 스스로의 노력과 보람보다는 상대의 관점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을 때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올겨울부터는 작은 정기 후원 또는 기부를 시작해 보시라는 말씀을 너무 길게 드렸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아직 엄두를 못 내고 있지만 거기에 정기적인 혹은 일회성이더라도 유의미한 노력봉사가 더해진다면 더 좋겠다. 하지만 꼭 시간을 내어 연탄을 나르고 해외로 떠나지 않더라도 주변의 소외된 이웃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열려 있다. 모바일에서 단 몇 번의 터치로, 커피 몇 잔 값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마음이 풍족한 삶을 오늘부터 경험해 보면 어떨까.
김지영 원스토어 eBook사업팀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