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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같은 재건축이나 내렸죠”…견고한 전세시장에 집주인 ‘콧대’ 여전

입력 | 2018-11-28 06:07:00


“24평 기준으로 호가가 15억원 조금 넘었는데 지금은 14억대 초반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실거래가보다는 조금 높아 거래는 잘되지 않아요. 2~3억 떨어진건 은마아파트나 주공 재건축 단지죠.” (서울 강남구 A공인중개소)

강남4구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떨어지자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도 2주 연속 하락세다. 하지만 지역이나 단지에 따라 편차가 크다. 재건축단지를 제외하면 여전히 ‘잔불’이 남았다는게 공인중개업소에서 전하는 시장 분위기다.

매도자들의 ‘콧대’는 언제쯤 꺾일까. 전문가들은 대출규제와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가 맞물려 나타나는 ‘입주 도미노’ 현상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27일 부동산 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3% 하락했다. 지난주(-0.01%)보다 하락폭이 0.02%포인트확대됐으나 일부 지역에 한정된 하락세였다.

25개 자치구중 ▲송파(-0.14%) ▲강남(-0.10%) ▲강동(-0.10%) ▲서초(-0.2%) 등 강남4구만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강남4구에서도 재건축아파트 매매가격 하락폭이 크다. ▲강남(-0.19%) ▲강동(-0.34%) ▲송파(-0.43%)는 일반아파트에 비해 큰폭으로 하락하며 강남4구 집값을 끌어내렸다.

반면 ▲은평(0.10%) ▲성북(0.04%) ▲구로(0.04%) ▲마포(0.03%)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은평은 진관동 은평뉴타운상림마을, 우물골위브 등을 중심으로 500만~1500만원 가량 오르기도 했다. 아직까지 ‘버티기’ 중인 일반아파트 소유주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렇다보니 거래는 뚝 끊겼다.

KB부동산이 중개업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서 산출하는 매매거래지수는 지난주 2.5로, 조사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매거래지수는 거래 상황을 0(한산함)~200(활발함)로 점수화해 나타낸 것으로, 지수가 100보다 아래면 ‘한산함’의 비중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주 매매거래 ‘활발함’ 지수는 0.0으로 시장의 거래가 심각한 수준까지 침체되고 있다.

그럼에도 집주인들의 ‘콧대’는 여전히 높다.

서울 마포구 B공인중개소는 “강남은 1억 떨어졌다는데 마포는 왜 이렇게 안 떨어지냐고 문의하는 매수자들이 많다”며 “매도자가 양보해야 매매가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호가는 5000만~1억원 떨어졌지만 실거래된 가격보다는 높게 가격이 형성돼 매수자들이 따라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수자가 따라붙지 않는데도 매도자가 호가를 낮추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일반아파트의 전세시장이 아직까지는 견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재건축아파트의 경우는 대출을 많이 끼고 사기 때문에 9.13 대출규제 영향을 많이 받아 매매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 반면 일반아파트는 전셋값이 받쳐주면서 상대적으로 견고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방압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 전문가는 “연말부터 내년까지 신규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지면 신규아파트 전세값이 빠지고 기존 아파트도 덩달아 빠지면서 전셋값이 하락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일반아파트 매매가에도 하방압력이 굉장히 크게 가해진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연말부터 내년까지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일반아파트도 더이상은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매도자들의 ‘콧대’가 꺾이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2월~내년 2월 입주예정인 물량은 총 2만3213가구다. 12월 서대문구 1302가구, 은평구 1305가구 등 3699가구가 입주 예정에 있고, 내년 1월 송파 헬리오시티 9510가구를 중심으로 1만1267가구 입주물량이 쏟아진다. 내년 2월엔 강남 1957가구, 성북 3443가구 등 총 8247가구 입주가 예정돼있다.

일반적으로 신규 입주 아파트가 생기면 주변 아파트 단지의 전셋값을 끌어내리는 효과가 있다. 새 집에 입주하기전 잔금을 치르기 위해 아파트 단지에서 일시에 전세 매물이 나오고 결국 같은 단지, 주변 단지까지 전셋값 경쟁을 벌이면서 인근 전세시장에 안정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른바 ‘입주 도미노’ 현상이다.

특히 최근 유주택자의 경우 정부 대출 규제로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져 전셋값을 받아 잔금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미 서울 전셋값은 약세다.

마포구 B공인중개소는 “분양받은 사람들이 입주 안하고 전세 주려고 하는데 전세가 너무 많다보니까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다”며 “1억 이상 떨어져도 안 나가는 걸 보면 전세가 제일 문제”라고 말했다. 이달 입주 예정이었던 마포 자이3차는 2월말로 입주예정일이 미뤄졌다.

강남구 A공인중개소도 “헬리오시티 전세가가 생각보다 형성이 잘 안돼 34평짜리가 전셋값 7억까지 얘기되고 있다”며 “워낙 대단지라서 이쪽에도 영향을 꽤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신규 입주물량과 더불어 지난 10월 다주택자의 전세자금대출 제한으로 전세수요가 더욱 줄어들 경우 앞으로도 전셋값 하락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일반 아파트를 받치고 있던 전셋값이 하락하고 구축 아파트값도 ‘버티기’를 끝내고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전세를 놓으려고 하는데 세입자를 못구할 경우 압박감이 상당히 크다”며 “잔금을 치러야하는 시기가 있기도 하고 계속 갖고 있으면 대출이자 부담도 커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팔려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