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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4세 경영 한발짝…후계자 입지 굳히는 이규호

입력 | 2018-11-28 16:20:00

특권 의식 없는 소탈한 리더, 경영능력은 입증해야
승계 마무리인 지분 증여는 장기간 걸쳐 이뤄질 듯



이규호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 전무© News1


 이웅열 코오롱 회장(62)이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면서 이 회장의 아들인 이규호 전무(35)가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이로써 이 전무는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됐지만 경영능력을 증명하고, 아버지로부터 회사 지분을 안전하게 넘겨받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코오롱그룹은 전략기획담당(상무)을 맡고 있던 이 전무가 승진해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됐다고 28일 밝혔다.

이 전무의 승진에 대해 코오롱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 전무에게 바로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는 대신 그룹의 핵심 사업 부문을 총괄 운영하도록 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토록 한 것”이라며 “그룹을 이끌 때까지 경영 경험과 능력을 충실하게 쌓아가는 과정을 중시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984년 미국에서 출생한 이 전무는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차장으로 입사한 이 전무는 현장 경험을 중요시하는 그룹의 경영 철학에 맞게 구미공장에서 첫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이 전무는 코오롱글로벌과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을 거쳐 코오롱 전략기획담당과 그룹의 계열사인 리베토의 대표이사직을 맡아 왔다.

이 전무는 군 복무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재벌가들의 모습과는 다르게 미국 시민권자로 군 복무 의무가 없었음에도 스스로 군에 입대했다. 일병 때는 유엔평화유지군에 지원에 레바논 동명부대에서 근무했다. 이 전무는 코오롱에 입사한 이후에도 직원들과 격이 없이 지내며 ‘특권 의식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 전무는 셰어하우스업체인 리베토를 운영하며 경영능력을 시험받았다. 리베토는 코오롱글로벌의 자회사인 코오롱하우스비전이 만든 셰어하우스 브랜드 ‘커먼타운’이 분할돼 설립된 회사다. 셰어하우스는 각자의 개인공간에서 살며 주방, 화장실 등을 공유하는 주거형태다.

이 전무는 코오롱이 전혀 시도해 보지 않은 셰어하우스라는 신사업에 진출해 선도적으로 시장을 확보해 나갔다.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셰어하우스 사업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하지만 리베토는 사업적 이익을 내기보다는 이 전무의 경영수업을 위한 ‘운동장’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또 셰어하우스 사업 자체가 국내에서 매우 생소한 데다 리베토가 ‘고품격 셰어하우스’를 표방하고 있어 실제 이윤을 내기 위해 확보해야 할 세대 수를 채우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이 전무가 그룹을 안정적으로 승계받기 위해서는 이번에 맡게 된 직책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또 아버지로부터 회사를 물려받기 위해서는 지분확보가 필수적이다. 이 전무는 현재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리베토를 제외한 주요계열사의 지분이 전혀 없는 상태다. 이 회장이 코오롱 그룹의 지주사인 ㈜코오롱의 지분을 49.7% 확보하고 있는 상태에서 한번에 지분에 넘겨받기에는 상속세부담이 크다. 이 전무가 올해 34세로 비교적 어린 나이기 때문에 지분 증여는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코오롱은 이 전무를 필두로 한 ‘4세 경영’을 준비하기 위한 과도기에 ‘집단경영 체제’로 회사를 운영할 방침이다. 코오롱은 ‘원앤온리(One & Only)위원회’란 이름의 계열사 사장단 협의체를 신설하고, 위원회를 통해 그룹의 정체성, 장기 경영방향, 대규모 투자, 계열사 간 협력과 이해 충돌 방지 등 주요 경영 현안을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