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당국은 바티칸과 주교 임명권과 관련한 잠정 합의를 시발로 해서 지하교회의 일소를 추진하고 있다고 홍콩 요셉 천르쥔(陳日君 86) 추기경이 29일 경고했다.
천르쥔 추기경은 이날 닛케이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이 바티칸과 중국 내 주교임명권 문제를 타결한 것은 탄압을 강화하기 위한 “첫 걸음”에 지나지 않는다며 “중국이 조정하는 꼭두각시인 주교 7명을 공인함으로써 지하교회를 말살할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에는 약 1200만명에 달하는 가톨릭 신자가 있다. 이들은 관제 천주교 애국회와 바티칸에 충성을 서약한 지하교회 소속으로 나뉜다.
홍콩교구 주교를 역임한 천 추기경은 “잠정 합의는 교황을 따르는 신자를 배신한 것”이라며 “교황이 최종적으로 중국 주교를 임명한다고 해도 중국 측이 지명한 후보 중에서 뽑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단정했다.
천 추기경은 이미 중국 당국이 지하교회 주교에 자택미사를 금지하는 등 압박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조기 방중을 요청하고 있다. 천 추기경은 “교황이 이르면 내년에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교황의 방중을 외교적 성과로 삼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천 추기경은 사태 진전이 빠르게 진행하면 중국과 바티칸이 주교 임명권에 정식 합의할 공산도 농후하다고 경계했다.
상하이 출신으로 홍콩으로 이주한 천 추기경은 “나는 누구보다도 중국을 잘 알고 있다. 아직 중국을 상대로 싸움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지난달 말 바티칸을 찾은 천 추기경은 지하교회 신자에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프란치스코 교황에 전달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