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장려금-아동수당 확대 효과논란
“애 낳으면 지금 다니는 직장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는 상황에서 250만 원을 준다고 누가 애를 낳겠어요?”
결혼한 지 4년째 아이를 낳지 않고 있는 직장인 김모 씨(35·여)는 여야의 1인당 250만 원 출산장려금 지급 합의 소식에 심드렁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주고 있는 출산장려금을 정부가 직접 지급한들 저출산 해소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더욱이 여야는 지자체도 출산장려금의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자체와 아무런 협의 없이 이 예산을 밀어붙였다.
○ 지자체와 협의 없이 불쑥 꺼낸 출산장려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내년 10월부터 모든 산모에게 1인당 250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한 번에 지급하기로 28일 합의했다.
당초 복지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없던 항목이었다. 이 예산은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2일 “출산하면 2000만 원을 주겠다”며 ‘출산 주도 성장’을 주장했다.
내년에 출산장려금으로 추가되는 복지부 예산은 1031억 원(10∼12월분)이다. 2020년에는 4124억 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출산장려금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절반씩 부담하게 돼 있어 지자체 예산까지 고려하면 연간 8200억 원이 들어간다.
문제는 지자체별로 이미 출산지원금을 주는 곳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경북 봉화군은 첫째를 낳으면 700만 원, 둘째 1000만 원, 셋째 1600만 원, 넷째 출산 시 1900만 원을 5년에 걸쳐 지급한다. 이 경우 국가의 출산장려금 지급과 어떻게 조율할지 사전 협의가 필요했지만 여야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출산장려금 지급 효과가 얼마나 클지도 의문이다. 2012년부터 출산지원금을 대폭 늘린 해남군은 이후 5년 동안 합계출산율이 크게 올랐다. 하지만 2013년에 태어난 아이들을 추적 조사해 보니 약 43%가 4세 이전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간 것으로 확인됐다. 해남에서 아이를 낳기는 했지만 보육과 교육 인프라가 우수한 곳을 찾아 떠난 셈이다.
결국 보육과 교육 인프라가 달라지지 않는 이상 출산장려금만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것은 당장 손에 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육아 비용과 경력 단절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여야가 선거 때마다 앞다퉈 복지 확대를 약속하는 만큼 이런 추세라면 아동수당의 지급 연령대가 앞으로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중 호주(만 7세 미만) 정도를 제외하면 상당수가 만 15세까지 아동수당을 주고 있다. △스웨덴 일본 영국은 만 16세 △독일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덴마크 벨기에 스페인은 만 18세 △프랑스는 만 20세 미만이다. 이런 해외 사례를 근거로 여야가 아동수당 지급 연령 상향 경쟁에 나서면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아동수당이나 출산장려금 등 현금성 복지 확대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저출산 대책과 정반대 방향이기도 하다. 7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과거처럼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급급하지 않고 앞으로 부모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개선하는 쪽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국회 복지위를 통과한 복지부 예산안은 예산결산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적지 않은 예산이 추가되는 만큼 복지위의 합의대로 예결위를 통과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중 tnf@donga.com·김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