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겸 프로듀서 ‘250’ ‘세련 강박’ 벗고 우리것 찾기 4년… 각고의 노력끝 1집 음반 제작
‘7080 불타는 관광댄스 1, 2집’ ‘나운도 전자올갠 종합편 1, 2집’….
23일 오후 방문한 DJ 겸 프로듀서 ‘250’(본명 이호형·36)의 서울 마포구 작업실 한편에 고속도로 휴게소용 뽕짝 CD들이 정성스레 진열돼 있었다.
범죄영화에 나오는 고뇌에 찬 내부고발자처럼 사뭇 진지한 얼굴의 250이 고해소에라도 앉은 듯 입을 뗐다.
“뽕짝과 비(非)뽕짝 사이의 줄다리기랄까요. 최근 1년간은 정말 뽕짝만 들었어요. 뽕짝 제작은 식은 죽 먹기일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습니다.”
첨단을 달리는 그가 뽕짝에 빠진 것은 소속사 ‘바나’ 측의 4년 전 한마디 제안 때문이었다. “‘뽕’을 콘셉트로 앨범 제작, 어때요?”
그는 “외국 것이 더 멋지다는 ‘세련 강박’을 벗고 나의 내면에 집중해봤다”고 했다. “제주도와 안면도에 칩거하며 음악 구상을 위한 ‘뽕 캠프’도 열었지요.” 첫 결과물이 최근 낸 싱글 ‘이창’. 이박사의 추임새 ‘좋아좋아좋아’를 샘플링한 뒤 그 음높이를 기반으로 반주와 선율을 쌓아 나갔다.
서울 마포구의 음악 작업실에서 23일 만난 프로듀서 250은 “4년 수련 끝에 뽕의 정수에 어느 정도 근접했다. ‘뽕2’ ‘뽕3’ 앨범 제작도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50은 유튜브에 ‘뽕을 찾아서’라는 다큐멘터리도 연재하고 있다. 영상 속에서 250은 전국을 누비며 황당한 뽕 찾기 오디세이를 펼친다.
“영등포 춤 연수원에 가 사교댄스 ‘리듬짝’을 배운 그 장면, 실제예요. ‘246 잔발’ ‘135 쿵잔발’ 같은 춤 장르에 숨은 리듬의 비밀을 캐려 노력했지만 어려워 두 손 들었습니다.”
250은 탐구 과정에서 브라질의 전자음악 장르 ‘파벨라 펑크’와 뽕짝의 유사성도 발견했다. 일부러 동묘 중고 악기상을 찾아 구닥다리 신시사이저를 구입해 앨범 작업에 썼다.
“케이팝 아이돌에서도 전 뽕을 봅니다. 시작했으니 절정까지 가줘야만 하는 그 감정의 등고선들…. 뽕짝을 2019년에 갖다 꽂으면 어떤 모습일까요. 농담처럼 시작한 탐구가 이제 그 답에 근접한 것 같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