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간 긴장을 완화하고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무역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측은 미국이 봄까지 추가 관세 부과를 보류하는 대신 중국의 경제 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무역 협상을 시작하는 방향으로 절충점을 찾을 전망이다.
이번 논의는 지난 몇 주 동안 전화로 진행돼 왔으며, 3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찬을 앞두고 거의 합의점에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종적인 합의는 양국 정상의 만남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미국 관리들은 이번 합의에서 유럽연합(EU)·일본과 만들어낸 모델을 따를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상대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대가로 양보를 얻어냈다. 일본과의 협상에서는 미국 내 자동차 생산과 일자리 증대를 보장받는 대신 농업 분야 개방의 요구 수위를 낮추기로 했다.
현재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적극 수용할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은 추가 관세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제품에 대한 수입 제재를 해제하는 한가지 방안이 제안됐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2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월 1일부터 10%에서 25%로 인상할 계획이었다. 또 2670억 달러 규모의 나머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은 최근 대화를 통한 무역 합의에 무게를 싣고 있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주식 시장의 부진과 금리 상승, 이번 주 GM의 구조조정 발표 등으로 인해 충격을 받았으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련된 시 주석과의 실무만찬에서 무엇인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생각이 커졌다고 지난 28일 보도했다.
중국 측도 G20에서 합의가 이뤄질 경우를 고려해 후속 협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리들은 무역 협상 대표단이 오는 12월 중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가 중국과의 합의에 부정적이어서 아직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강경파를 대표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28일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의 산업 정책이 자동차업 등의 산업에서 미국 노동자와 제조업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그럼에도 중국은 의미 있는 개혁을 위한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비판했다.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이번 출장 일정에서 배제됐다가 뒤늦게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아직 강경파의 영향력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쿠슈너 선임고문은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가장 선호하는 미국 측 파트너였다. 2017년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을 지원하는 역할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에 대해 이전보다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얼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나기 직전 이번 무역 협상에 대해 다소 모호한 신호를 보냈다. 그는 기자들에게 “내 생각엔 중국과의 합의에 거의 다 왔다”며 “그런데 내가 뭘 원하는 지는 나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은 우리와 합의를 하길 원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러고 싶다”며 “하지만 솔직히, 지금 상황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