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여자들의 삶/앨리스 먼로 지음·정연희 옮김/472쪽·1만5800원·문학동네 ◇착한 여자의 사랑/588쪽·1만6800원·문학동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앨리스 먼로의 소설 ‘소녀와 여자들의 삶’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캐나다 온타리오주 작은 마을에 사는 다양한 연령, 성장 배경, 성격을 가진 여성들이 등장한다.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거나 흡수 또는 흔들리고 갈등하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작은 마을 주빌리에 사는 10대 소녀 델은 여우농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백과사전을 팔러 다니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평범한 델 주변엔 또래 친구 나오미, 델의 어머니인 에디, 이웃에 사는 미혼모 매들린, 지능이 부족한 탓에 동네 남성들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사촌 메리 애그니스 등 그의 삶에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나오미가 유제품 공장에 취직하자 한때 절친했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처럼, 델은 누구의 삶도 아닌 자기만의 길을 찾으며 정체성을 형성해간다.
델의 고모할머니들은 평생을 오빠 크레이그의 품에서 살아가고 이를 편안하게 여긴다. 톨스토이 소설 ‘전쟁과 평화’ 속 나타냐처럼 “남편이 추구하는 관념적이고 지적인 관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런 것에 엄청난 중요성을 부여”하는 인물들이다. 고모할머니들은 크레이그가 남긴 족보나 일기 따위 기록을 델에게 주면서 그가 하던 일을 이어가길 부탁하지만, 델은 이를 따르지 않는다.
이 밖에도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겼지만 남편 없이 인생을 즐기는 펀 도허티, 오빠에게 이끌려 처음 보는 남자와 결혼한 미혼모 매들린의 사연도 그려진다. 이 때문에 장편소설인데도 각 장이 독립적인 주인공의 이야기로 읽힌다. 2013년 단편소설 ‘디어 라이프’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저자의 또 다른 소설집 ‘착한 여자의 사랑’에 실린 여덟 편의 중단편도 사회가 여성에게 기대하는 전통적인 가치와 그들이 희망하는 삶 사이에서의 갈등을 보여준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는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절대. 샬럿 브론테가 되는 편이 더 나았다.”
브론테는 소설 ‘제인 에어’의 저자로,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지 못하고 소설을 발표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