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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심각해지는 학교폭력… 23년 경력 교사의 대안찾기

입력 | 2018-12-01 03:00:00

◇트라이앵글의 심리/이보경 지음/260쪽·1만5000원·양철북




“쉴드(방패, 보호막)가 필요해요. 그룹에서 나오면 저는 왕따를 당하거나 별것 아닌 것들한테 맞기도 해요. 엄청 자존심 상하죠. 하지만 센 그룹에 있으면 공격을 못해요. 가끔 짱한테 시달려도 혼자 있으면서 받는 설움보다는 낫죠. 나오면 저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거든요.”

저자와 상담한 어느 비행 청소년의 토로는 학교폭력의 복잡함을 잘 보여준다.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가 뒤섞여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간 정부와 전문단체,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에 대한 수많은 매뉴얼과 사례집, 논문과 책을 쏟아냈다. 2004년부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시행 중이지만 오히려 더 잔인하고, 해괴한 학교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23년간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한 수석교사이자 상담심리를 전공한 저자는 학교폭력의 근본적 원인을 추적한 결과를 담았다. 학생들을 직접 면담한 내용과 심리학 이론을 적절히 교차해 현재 교실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양상과 해결방향을 생생하게 소개한다.

청소년의 독특한 심리적 특성도 예리하게 포착한다. 흔히 가해학생을 대할 때 “그 아이(피해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니”라며 비난의 말을 쏟아내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억지로 공감을 요구하는 식으로는 자신의 심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대부분 실패하고야 만다. 그렇기에 전문 상담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가장 소외받기 쉬운 피해학생에 주목한다. 역설적이게도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주변에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개입하는 대상은 가해학생이다. 피해학생은 집 안에 틀어박혀 스스로 유폐되거나 주위 학생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을 잔인하게 받으며 또 다른 피해를 입기도 한다. 이에 현행 처벌식 생활지도가 아닌 회복에 초점을 둔 생활교육을 강조한다.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동아리 등을 대안으로 내세운다. 실제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교육현장의 뜨거운 열정을 살펴볼 수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