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세대는 월급을 털어 해외여행을 가고 대출받아 수입차를 사도 아깝지 않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과 ‘탕진잼’(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 앞에 저축은 뒷전이지만,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면 절대 지갑을 열지 않는다. 기준은 ‘나심비’(나의 마음·心의 만족 비율)다. 1998년 한국소비자원이 당시 ‘신세대’의 소비에 대해 “과시적 물건을 구매하는 비율이 높아 대부분 비슷한 모습으로 유행을 따라간다”고 분석한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게 한다.
▷소비 중심축으로 떠오른 파이세대의 탄생은 한국 사회의 답답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아무리 돈을 모은들 내 집 마련은 ‘태양계 밖’의 일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도 육아비, 과외비 걱정을 하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현실에 치일 수만은 없는 게 2030의 정서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준비기로 젊음을 담보 잡히는 대신 현재를 나만의 입맛에 맞게 요리해 즐기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6·25 전후 세대는 종일 일하고 밤늦게 귀가하기 일쑤였다. 가정 건사하고 부모 공양하느라 스스로는 챙길 엄두를 못 냈다. 그 후 베이비붐 세대는 힘겨운 청춘을 벗어나 중년의 행복이라도 맛보려 할 때 외환위기가 닥쳐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그래서 현재를 즐기겠다는 젊은이들을 보는 아버지 형님 누나 세대의 심정은 헛헛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무조건 남을 따라 하는 어리석은 사치가 아니라 자기 취향을 확실히 하는 걸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어쩌면 요즘 젊은이들이야말로 영어에서 현재를 뜻하는 ‘Present’가 선물과 같은 단어라는 걸 더 확실히 깨달은 세대일 수도 있겠다.
주성원 논설위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