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허위사실로 비방해온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들에게 징역형은 물론 원심보다 더 높은 벌금형을 선고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특히 혐의 내용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경우 예외없이 처벌하고 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최근 최 회장과 그 가족, 지인 등에 관해 지속적으로 허위 댓글을 올려 비방한 혐의(명예훼손)로 김모(62)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는 2016년 1월 최 회장의 동거인에 대한 인터넷 기사에 ‘’A기자가 (최 회장의) 동거인을 심리상담가로 둔갑시켜 최 회장에게 소개했다‘ 등의 댓글을 달아 기소됐다. 김씨는 이번 형 확정과 별개로 최 회장에 관한 허위 댓글을 추가로 단 혐의로 또다시 기소돼 내년 1월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김 씨는 재벌가 부인들의 모임으로 알려진 미래회 회장을 지냈다. 최 회장과 이혼소송 진행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도 ’미래회‘ 회원이다. 김씨는 상고심에서는 법무법인 넥스트로의 강용석 변호사를 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했으나 강 변호사는 지난달 24일 자신에 대한 고소를 취소하는 내용의 사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구속됐고, 김씨 역시 유죄가 확정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조현락 판사)은 11월 28일 최 회장 동거인과 가족에 관한 허위사실을 올려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차모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당초 검찰은 차씨를 약식기소했지만 재판부가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부산지법 형사4단독(강희석 부장판사)는 11월 7일 또다른 악플러 김모씨에게 검찰 구형(50만 원)보다 많은 150만 원을 선고했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임성철 부장판사)도 10월 악플러 이모씨 항소심에서 원심(벌금 70만 원)보다 높은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한 법조인은 “명예훼손 사건에서 재판부가 약식사건을 정식재판에 회부하거나 검찰 구형량이나 원심 형량 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허위 주장에 대한 반성이 없는 점을 고려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건에선 사회적 지위는 물론 경제력까지 갖춘 인사들이 댓글을 주도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김씨 외에도 소아과 의사, 중소기업 사장, 치과의사 부인 등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법정에서 ’자신들의 댓글은 사실이고, 설령 사실이 아니더라도 허위라는 인식 없이 인터넷 기사를 보고 댓글을 달았기 때문에 무죄이며, 동거인 김씨는 공인에 해당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서 비방의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한 때 악플을 달았더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한 댓글러들에게는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