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산업계 “안도하긴 이르다”
미국과 중국이 1일(현지 시간) 정상회담을 통해 상대국 수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하는 ‘조건부 휴전’에 돌입하면서 정부와 산업계는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합의로 미중 무역전쟁이 확전되는 극단적인 상황은 피했지만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번 유예 조치로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미국이 현재 10% 수준인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내년부터 25%로 인상하면 한국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중국 수출기업이 타격을 받으면 한국의 대(對)중국 중간재 수출과 중국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국내 기업에 도미노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도 미중 양국 간 갈등이 빠른 시일 내에 완화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양국이 강제적인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비관세장벽 등에 대해 협상하기로 한 것을 보면 ‘중국제조2025’(2025년까지 중국 첨단기술 제조업을 세계 선두에 올리겠다는 계획)를 경계하는 미국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며 “상황을 지켜보며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양국 간의 긴장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번 주요 20개국(G20) 합의문에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것은 세계 통상질서를 미국에 유리하게 개편하고 중국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과 양자 협상을 통해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WTO 개혁 논의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 수출 의존도를 더 낮추고 시장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